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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중여자가
천만민 실젹의 남여자 삼겨서
거룩할 우리부모 남여 분간업이
오월뉴월 더운와 동지섯달 셜상풍의
나지면 업고안고 밤이면 품고눌제
귀홉도 만이시고 지중지 길너제
침선방젹 하난볍과 사구고 난도리
주야로 교휸하여 곱기곱기 길으더니
무졍하다 이세월이 인곳 바히업셔
어언간 춘몽갓치 십오십뉵 당서라
두문불츌 규중안 깁히안자 각하니
한심코 규문여 부럽도다 남들은
팔도강산 조흔경긔 일일이 심방여
풍월짓고 놀건만은 슬푸다 우리여자
의 무삼일노 깁고깃흔 규중안
감옥사리 어인일고
규중의 밉상으로 구호난 손님들은
고산 운문갓치 방으로 모혀드러
소진장의 구변으로 다졍케 구혼할제
아모고 아모은 몃살멱은 가랑잇고
아모동 아모집은 가별도 제일이요
낭도 가랑인 궁이 션호이
그리로 완졍소
규중여자가
천만민 실젹의 남여자 삼겨서
거룩할 우리부모 남여 분간업이
오월뉴월 더운와 동지섯달 셜상풍의
나지면 업고안고 밤이면 품고눌제
귀홉도 만이시고 지중지 길너제
침선방젹 하난볍과 사구고 난도리
주야로 교휸하여 곱기곱기 길으더니
무졍하다 이세월이 인곳 바히업셔
어언간 춘몽갓치 십오십뉵 당서라
두문불츌 규중안 깁히안자 각하니
한심코 규문여 부럽도다 남들은
팔도강산 조흔경긔 일일이 심방여
풍월짓고 놀건만은 슬푸다 우리여자
의 무삼일노 깁고깃흔 규중안
감옥사리 어인일고
규중의 밉상으로 구호난 손님들은
고산 운문갓치 방으로 모혀드러
소진장의 구변으로 다졍케 구혼할제
아모고 아모은 몃살멱은 가랑잇고
아모동 아모집은 가별도 제일이요
낭도 가랑인 궁이 션호이
그리로 완졍소
현 대 문초 록
규중여자가
천생만민(天生萬民)1) 하실적에 남자여자 삼겼어라2)
거룩할사 우리부모 남자여자 분간3)없이
오월유월 더운 때와 동지섣달 설상풍(雪霜風)4)에
낮이면 업고 안고 밤이면 품고 눌 제
귀염도 많으시고 애지중지(愛之重之) 길러낼 제
침선방적(針線紡績) 하는 법과 사구고(事舅姑)5) 하는 도리
주야로 교훈하여 곱게곱게 기르더니
무정하다 이 세월이 메인 곳 바이6) 없어
어언간(於焉間)7) 춘몽(春夢)같이 십오십육 당했어라
두문불출(杜門不出) 규중(閨中) 안에 깊이 앉아 생각하니
한심코 규문하네
부럽도다 남자들은 팔도강산 좋은 경개(景槪)
일일이 심방(尋訪)하여 풍월(風月)짓고 놀건만은
슬프다 우리 여자 차생(此生)의 무슨 일로
깊고 깊은 규중 안에 감옥살이 어인 일고
규중의 밉상으로 구호(舊好)8)하는 손님들은
고산(高山)에 운문(雲紋)9)같이 사방에서 모여들어
소진 장의(蘇秦․張儀)10) 구변(口辯)으로 다정하게 구혼(求婚)할 제
아무 곳에 아무 댁은 몇 살 먹은 가랑(佳郞)11) 있고
아무 동네 아무 집은 가벌(家閥)12)도 제일이요
낭재(郎材)13)도 가랑(佳郞)인데 궁(窮)한 이 선호하니
그리로 완정(完定)하소
<규중여자가(閨中女子歌)>는 규방가사의 일종(一種)이다. 규중 여인의 교훈을 내용으로 하고 있어 계녀가사(誡女歌辭) 또는 교훈가(敎訓歌)로 분류된다.
본 가사는 두루마리에 세로로 필사되어 있으며, 한 행에는 13~14자의 한글로 기록되어, 총 193행 2,582자의 내용과 4행 45자의 부기(附記)로 되어 있다. 유교적 윤리관이 전편에 흐르고 문투는 한문투와 한글투가 적절하게 섞여 있다. 끝부분에는 “임신이월 초일 병쓰다”라고 하여, 지은 때는 임신년 2월 3일(음력)이고 작자는 ‘병개’로, “동국 삼쳘리의 경기도 만컨만은 아마도 조흔곳션 우리회 이로다”라고 하여 작자는 경상북도 안동의 ‘하회’지역에서 사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내용은 화자인 규중 여자가 자신이 여자로 태어나서 살아가는 삶을 노래하였다. 즉 여자로 태어남, 혼사논의, 가을 하회지역 유람, 혼인, 봄철 화전놀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남자와 같이 산천경개를 유람하고자 하는 여자의 심리를 잘 형상화한 작품으로, 일반적인 규중여자가와 상별된다.
어휘 풀이
1)천생만민(天生萬民) : 하늘이 낸 만백성이란 뜻으로, 이 세상 모든 사람을 이르는 말.
2)삼기다 : 생기게 하다.
3)분간(分揀) : 어떤 대상이나 사물을 다른 것과 구별하다.
4)설상풍(雪霜風) : ‘눈서리가 내리고 바람이 분다.’는 뜻으로 ‘가난과 고생’을 말함.
5)사구고(事舅姑) : ‘구고(舅姑)’는 ‘시부모’이므로 ‘시부모를 섬기다’는 뜻이다.
6)바이 : 아주, 전혀.
7)어언간 (於焉間) : 알지 못하는 동안에 어느덧.
8)구호(舊好) : 예전부터 다정하게 지내던 사이.
9)운문(雲紋) : 구름모양.
10)소진 장의(蘇秦․張儀) : 소진과 장의. 말을 잘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의 謀士(모사) 소진, 장의처럼 言辯(언변)이 좋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
11)가랑(佳郞) : 참한 소년. 재주가 있는 훌륭한 신랑.
12)가벌 (家閥) : 한 집안의 사회적 지위.
13)낭재(郎材) : 신랑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