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초록)
<복션화음녹(福善禍淫錄)>은 규람(閨覽)에 실려 있는 984구의 장편 규방가사다. 이 책은 두꺼운 표지에, ‘규람(閨覽)’이라는 한자 표제가 크게 쓰여 있다. 저자나 소장자는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다만, 가사 1면 하단에 이태일(李泰日)이라는 사방 7∼8mm쯤 되는 한자의 둥근 도장이 찍혀져 있고, 작품 끝에 가끔 ‘셩도’라는 이름이 보인다. 책은 가로 23.5cm×세로 30.5cm, 한지 양면 48장 96면으로 <복선와음록> 가사 1편과, 아녀자들의 일반적 내간 전범이라 할 수 있는 33편의 내간(內簡)이 한글로 실려 있다.
가사 <복선화음녹> 글씨는 내간 글씨보다 약간 작다. 가사는 한 면에 10줄이며, 내간은 한 줄 적은 9줄이다. 또 가사는 상하 2단으로 되어 있고, 내간은 한 단인 것도 특징이다. 글씨는 한 사람의 필체로 다같이 흘려 쓴 달필 궁체이다. 표기법은 문법규칙을 완전하게 지킨 것은 아니지만, 작품 내에서는 통일된 격식을 따르고 있다.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혼란을 일으킬 만한 표기는 없다.
<복선화음녹>은 규람 1면부터 15면까지 기록되어 있다. 각 단은 가사 2구, 7∼8자를 띄어쓰기 없이 기록하고 있다. 순서는 상단을 다 읽은 다음에 하단을 읽게 되어 있다.
내용은 제목이 뜻하는 것처럼, ‘좋은 일을 하면 복을 받고 나쁜 일을 하면 화를 입는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문벌 있는 집안의 규수로, 효제충신의 도리나 여공도 빠짐없이 갖추고 시집을 간다. 그러나 시집은 양반 집안이라고는 하지만 말할 수 없이 빈한하였다. 배행(陪行)온 오라버니가 이 사정을 보고, 누이에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친정으로 가자고 한다. 그러나 신부는 연분과 팔자를 속일 수가 없다고 하며, 그날부터 시집살림을 이끌어 나간다.
시부모의 망녕, 시누이의 모해, 남편의 무능을 혼자 감당하며 부지런히 일한다. 그리고 시집와서 10년만에 살림을 일으킨다. 부모를 호강시키고 이웃을 돕고, 자녀를 훌륭하게 키운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보통 규방가사와 마찬가지로 작품 말미에는 자신의 경험을 담아 아들과 딸을 훈계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