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한국가사문학DB > 누정 유물

그림/고지도

강정에서 차운하다
UCI G001+KR08-4850000081204.D0.R00000135
한글명 강정에서 차운하다 자료형태 그림
분류코드 역사/지리_대한민국 취득일 2000-10-11
작자 박행보 현소장처 한국가사문학관
제작시기 2001-01-01 규격 화선지, 54X48.8(cm)
해재자 박준규, 최한선


가로형 원문세로형 원문
江亭次韻

野闊天底望欲迷
一區形勝喜攀躋
山分瑞石蟠秋月
水接松江下柒溪
坐看隴雲紛起滅
……人馬散東西
連枝舊會飜成夢
目極傷神誰與携
현 대 문초 록
강정에서 차운하다 江亭1)次韻2) 가) 들은 넓고 하늘은 나직해 바라보기 어지러우나,    野闊天底望欲迷      한 구역의 뛰어난 형승 기어오르기 즐겁도다.       一區形勝3)喜攀躋4)      서석을 이룬 산은 승천할 듯 달 아래 서려있고,     山分瑞石5)蟠秋月6)      송강으로 이어진 물은 칠계로 내려 흐르네.          水接松江7)下柒溪8)      앉아서 언덕의 구름을 보니 어지럽게 날리고,       坐看隴雲紛起滅      ……사람 태운 말들 동서로 흩어지는구나.           ……人馬散東西      형제들의 옛날 모임 언뜻 꿈에 보여,                   連枝9)舊會飜成夢      멀리 볼수록 정신 상하니 누구와 함께 할꼬.         目極10)傷神11)誰與携 나) 응달진 대밭 푸르고 엷은 안개 자욱한데,             竹陰12)沈翠淡煙13)迷      지팡이 길 이루어져 날마다 오를 수 있네.            杖路成來得日躋      저녁이 다하도록 이는 산바람 옷소매 날리고,       度夜山風吹短袂      하늘에 가득한 가을달 긴 시내에 떠 흐르네.         滿天秋月泛長溪      마음은 백발지면서 항시 북쪽에 매달리고,           心將白首常懸北      나이는 지는 해를 따라 쉽게 기우네.                   年逐斜陽14)易落西      이젠 노래 소리로 사람들은 다 취했으니,             歌笛自今人盡醉      어느 저녁이면 누정을 내리는데 부추김없이 할꼬  下樓何夕不扶携   시제에서 이르는 강정 江亭은 송강정松江亭을 말한다. 시 내용에 는‘넓은 들, 한 구역의 형승, 서석, 송강, 칠계, 대밭, 누(송강정, 강 정)’등의 자연 경관이 등장한다. 이 점을 염두하여 먼저 이 시의 배 경과 작자의 시적 정서를 파악하기 위해 작품의 시제에서 이르는 강 정(송강정) 주변의 지리적 상황과 정철의 관계를 더듬어 보기로 한다.   정철이 작품 생활을 영위하는데 으뜸으로 손꼽는 곳은 전남의 담양 潭陽(당시의 창평昌平)이다. 그 가운데 서로 이웃하고 있는 남면과 고서면은 영산靈山으로 일컫는 서석산瑞石山(무등산의 딴 이름)의 산자락이 서북쪽으로 뻗어 내려 형성된 고을인데, 산수가 유달리 수려하고 곳곳에 많은 누정이 세워져 왔다. 각종 전적에 보인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는 누정의 수만 해도 고서면에는 무려 35개소이고, 남면에는 약 15개소의 누정이 산재되어 왔다. 당시 면앙정 송순이 남면의 별뫼(성산 星山)에서 서하당棲霞堂을 경영하고 있는 김성원 의 식영정 제영息影亭題詠에 차운하여 지은 시에서‘남쪽에는 명승지가 많아서 곳곳에 임정이로다(유남다승지 維南多勝地 수처유임정 隨處有林亭)’라고 함을 보거나, 정철이 이곳을 두고 이르기를‘수북 산남에는 곳곳에 정자로다(수북산남처처정 水北山南處處亭)’라고  한 시구들만 보아도 과연 이 일대는 누정의 명소요, 정자문화亭子文化 의 본 고장으로서 송강문학의 중요한 배경이 되었던 곳임을 짐작케 한다.   무등산의 정상에서 서북쪽 골짜기를 따라 내리는 산줄기의 수류는 원효사元曉寺 계곡을 이루고, 유서 깊은 풍암정楓巖亭의 아름다운 수경 水景을 장식하면서 성산의 식영정 앞에 펼쳐진 광주호光州湖의  상류에 이른다. 정상에서 내리는 또 한 줄기의 물은 산음동의 독수정獨守亭 아래에 흐르는 제비(연천燕川)를 이루고, 소쇄원瀟 灑園에서 내리는 소쇄계와 합류하여 광주호에 닿는다. 여기에 저수 된 물은 다시 호수의 둑이 있는 자리에 옛날에 있있던 시루바위(증 암甑巖)를 시원으로 한 증암천을 거쳐 유명하게 알려진 송강에 이르 러 북으로 흐른다.   호수의 상류인 식영정 아래에 흐르는 물을 종전에는 창계蒼溪라 고 하였다. 글자 그대로 질펀하게 흐르는 시냇물이 맑고 푸르기  때문에 그렇게 붙여진 이름이다. 이는 또 광주시 충효동에 있는 환벽 당環碧堂 앞에서 바로 내려보이는 물줄기로서 환벽마을의 시냇물이 되기 때문에 환벽계라고도 일러 왔다.      “창계 흰 물결이 정자 앞에 둘렀으니/       천손 운금天孫雲錦을 뉘라서 버혀내어/       잇는 듯 펼치는 듯 헌사토 헌사하다.”   정철의 <성산별곡>에 나오는 가사의 사설이다. 이는 당시의  식영정 주변 산수의 승경과 수경의 아름다움을 상상할 수 있는 흥미 있는 자료가 된다. 지금은 광주호의 축조로 인해 시가문학에서 흔히 칭송되던 식영정 20경 중 창계백파蒼溪白波는 물론 자미탄紫薇灘, 노자암鸕鶿岩 등의 자연 가경이 크게 변모되어 퍽 아쉽기는 하지만, 이곳의 물은 서북방으로 흘러서 송강을 형성하는 주된 수류라는 데 에 우리의 관심을 끌게 한다.   이러한 자연 배경으로 볼 때에 처처의 누정은 송순의 말과 같이 임정林亭이요, 정철의 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강정江亭이라 하는 데에 아무런 이상할 것이 없다. 산의 숲속에 있다는 뜻으로 임정이 라 하고, 흐르는 물을 끼고 세웠다는 데서 강정이라 함은 오히려  구체적이며 운치스런 감을 안겨 주는 누정에 대한 뜻있는 부름이라  하겠다.   한편, 위에 든 두 수의 시는 형식상 각각 8행의 율시이다. 그 시상 은 2행씩으로 된 기起 . 함頷 . 경頸 . 결結 등 네 연聯으로 파악함이 편리하다. 그리고 각 2행은 주로 전후 구의 짝짓기를 이루었으므로 이 점에 착한하여 감상해야 한다. 위에 든 시에서 이러한 수사를 가장 절묘하게 이룬 부분은 시 가)의 함련이다. 산분山分과 수접水接,  서석瑞石과 송강松江,  반蟠과 하下, 추월秋月과 칠계柒溪 등의 대구가 바로 그것이다. 전체적으로 자연의 묘사로서 산과 물의 대對 요, 위와 아래의 대를 질서 정연하게 수사의 묘를 기하여 흥미 있게 작시한 것이다.   언뜻 보기에 반蟠과 하 下의 대구에는 짝짓기라고 보기 어려운  함정이 있다. 그러나‘반’은‘위’의 의미를 바탕으로 한 반룡蟠龍(하늘 에 오르기 전에 땅에 서리고 있는 용)을 염두하고 취한 시어이다.  이는 달빛 아래 비춰 보이는 서석(무등산)이 마치 등룡登龍하는 듯한 모습임을 그렇게 형용한 것이다. 이같은 표현의 절묘함을 알고 보면 이 시구는 기발한 작시의 기법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리고, 칠계는 송흠, 이황, 송순, 김인후, 유희춘, 기대승, 고경명 등 당대의 명류들 이 출입하였던 풍영정諷詠亭이 있는 곳의 냇물이다. 평소 존경하던 정자의 주인인 김언거金彦琚가 회상되어 상기한 시어이다. 정철은 일찍이 <증칠강옹贈柒江翁> 2수를 지어 33세 위가 되는 그 어른을 섬기는 정회를 노래한 바도 있다. 송강의 물은 북쪽으로 흐르다가  영산강 상류에 이르면 그 한 줄기가 광주를 향해 남쪽으로 흐른다.  그래서 시에서는‘송강의 물이 칠계로 내려 흐른다’고 한 것이다.   따라서, 위에 든 시 가)는 달 밝은 가을밤에 물가의 송강정에 올라 이는 감회를 읊은 것이다. 주변 경개의 갖가지 유서 깊은 감회를  내용으로 하였다. 그러면서 작자는 옛날 서로 모여 정을 나누던 형제 들이 그리워짐을 감추지 못한다. 정철은 자滋 . 소沼 . 황滉 . 철 澈 의  네 형제 가운데 막내인데, 큰형인 정자는 을사사화 때에 귀양가다가 죽고, 둘째형인 정소는 순천으로 피신하였고, 본인은 창평으로 내려오는 등 뿔뿔이 헤어진 적이 있다. 때문에 세월이 흐른 후에도 옛날 다정했던 형제간의 만남이 그리워지지 않을 리 없다. 그러한 심정을 시적으로 형상화한 것이 이 시의 결련이다. 종전의 해석에서 는 흔히 결련의 시구에 쓰인‘연지 連枝’를 단순히‘이어진 가지’의 뜻으로 가볍게 읽어 넘겨 버렸다. 그러나 형제는 나뭇가지가 한 뿌리 에서 나온 것과 같다는 데서 형제를 또 연지 동기 同氣라 함을 생각하면 그 시상은 극명하게 이해된다.   시 나)에서는 경련頸聯의 표현에 특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곳 시구에 나오는 백수 白首는 백발白髮과 함께 송강문학에서 자주 구사된 시어이다. 45세 때에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하여 관동의 승경을 유람하고 제작한 < 관동별곡 >에서도‘고신 거국에 백발이 하도 할 사’라고 하였다.  50대에 송강정에 올라 지은 이 시에서도 스스로를 ‘백수’라 함에는  나이로 보아 이상하게 여길 까닭이 없다. 그러나 백수를 가볍게 흰머리라고  해석함에 더 나아가서 임금을 생각하고 시대를 걱정한 데서 이는 감회로  보면 시상의 이해가 더욱 선명해진다.  같은 시구에서 항시 북쪽에 계시는 임금을 잊지 않는다는 뜻으로 ‘상현북常懸北’이라 한 표현의 의도도 자명해진다.   결국, 작자는 경련의 후구에서 보듯이 자신의 나이도 이미 저물어감을  느끼며 고신의 처지에서 외로움을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심정을 시로써  폈다고 하겠다. 시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갖가지 감회에 휘말린 애수에  젖고 있다.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산촌에 묻혀 송강정을 경영하던 정철의  삶과 강가의 정자에 등정했을 때의 당시 정황을 가히 짐작하게 한다.

어휘 풀이

1)강정(江亭) : 강가에 있는 정자.

2)차운(次韻) : 남이 지은 시의 운자韻字를 따서 시를 지음. 또는 그 시.

3)형승(形勝) : 지세나 풍경이 뛰어남.

4)반제(攀躋) : 제반躋攀. 반등攀登, 붙잡고 오름. 기어서 오름.

5)서석(瑞石) : 상서로운 바위. 여기서는 광주의 무등산 상봉에 있는 바위를가리킴.‘서석산’은 무등산의 딴 이름이다.

6)추월(秋月) : 가을 달.

7)송강(松江) : 담양의 고서면 원강리의 산언덕에 있는 정자 이름임. 일명 죽록천竹錄川이라 함

8)칠계(柒溪) : 칠계 김언거金彦琚가 지은 풍영정諷詠亭이 있는 곳의 냇물.칠강. 칠수. 풍영정은 광주시 창신동 극락방변에 세워져 있다.

9)연지(連枝) : 동기 연지同氣連枝. 형제.

10)목극(目極) : 극목 極目. 시력이 미치는 데까지 멀리 보는 것.

11)상신(傷神) : 정신을 상하는 것.

12)죽음(竹陰) : 무성한 대나무 숲으로 인해 생긴 응달.

13)담연(淡煙) : 엷게 낀 안개.

14)사양(斜陽) : 해질 무렵에 비스듬히 비치는 햇볕.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공공누리 제4유형 마크: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보호정책 개인정보처리방침 이메일무단수집거부

담양군청 : (57339)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추성로 1371 / 대표전화 : 061-380-3114

한국가사문학관: (57392) 전라남도 담양군 가사문학면 가사문학로 877 / 대표전화 : 061-380-2700 팩스 : 061-380-3556

Copyright by Damyang-Gun.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