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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이놀고 만이자 시가의 가기되면
마음로 잠못자고 놀여가 잇실손가
세사 가소롭다 여지진역 피든천
오날앗참 닥화되고 무졍한 저시월은
온민홍안 다녹난다 실푸다 동유드라
세간사 가이업다 어제오날 노든헝임
귀이 되야셔라
실푸다 우리인 사라션조 엇지
쥭음에 노소인나 희포근심 다발이고
활발하기 놀릇세 츄초난 열연녹이요
왕손은 귀불기라 천만 다발이고
츄우간남 놀로가셰 세월이 무정할
만이놀고 만이자 시가의 가기되면
마음로 잠못자고 놀여가 잇실손가
세사 가소롭다 여지진역 피든천
오날앗참 닥화되고 무졍한 저시월은
온민홍안 다녹난다 실푸다 동유드라
세간사 가이업다 어제오날 노든헝임
귀이 되야셔라
실푸다 우리인 사라션조 엇지
쥭음에 노소인나 희포근심 다발이고
활발하기 놀릇세 츄초난 열연녹이요
왕손은 귀불기라 천만 다발이고
츄우간남 놀로가셰 세월이 무정할
현 대 문초 록
많이 놀고 많이 자세 시가102에 가게 되면
마음대로 잠못자고 놀 여가103 있을손가
세상사 가소롭다 여기저기 피던 꽃은
오늘 아침 낙화되고 무정한 저 세월은
옥빈홍안104 다녹는다 슬프다 동류들아
세간사 가이없다 어제오늘 놀던 형님
귀산객105이 되어서라
슬프다 우리인생 살아서도 어찌
죽음에 노소있나 회포근심 다버리고
활발하게 놀아보세 춘초는 연년록106이요
왕손은 귀불귀107라 천사만사 다버리고
추우간남 놀러가세 세월이 무정할사
<답선유가라>는 전적형태의 필사본으로 기행의 성격을 띤 규방가사이다. 줄글형태로 필사되어 있으며, 모두 17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작품은 표지에 <후여가라>라 쓰여 있는데, 이는 ‘훈여(訓女)’, 곧 여성을 훈계한다는 뜻으로 <춘유륙>, <선유가라>, <옥단춘전이라> 등 여러 작품이 함께 실려 있다. 현재 한국가사문학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작품은 여성의 신세 한탄으로 시작한다. 여성의 사회적 제약 탓에 활동범위가 제한되어 있는 현실을 남자와 비교하고 있다. 봄날의 경치를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고 있다. 작품 제목에서 ‘선유(仙遊)’는 경치 좋은 것을 구경하는 것으로, 이를 ‘답(踏)’하여 직접 경험해보고 싶어하는 욕구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구체적인 기행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고, 봄날의 흥취를 옛고사를 인용하여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추상적 경험으로 대신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봄날의 경치를 즐기지 못하고 문헌으로만 전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간접적 경험을 즐길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한계를 적절히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어휘 풀이
102)시가(媤家) : 시댁.
103)여가(餘暇) : 틈.여유.
104)옥빈홍안(玉鬢紅顔) : 옥 같은 귀밑머리와 붉은 얼굴이라는 뜻으로, 아름다운 젊은이를 이르는 말.
105)귀산객(歸山客) : 산으로 돌아간 손님.곧 '죽음'을 비유.
106)춘초연년록(春草年年綠) : 봄풀은 해마다 푸르름.
107)왕손귀불귀(王孫歸不歸) : 왕손은 다시 돌아오지 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