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百事)75에 미거(未擧)하고 천하 반편(半偏)76 나뿐인 듯
예절이 소여(掃如)하여77 책망(責望)78이 있으려니
내렴(內念)79의 동동(憧憧)80하랴 고치기가 어려운 듯
허물을 아니시니 황송감사(惶悚感謝) 측량(測量)없다81
금춘(今春)이 다 지나고 사오월(四五月)이 불원(不遠)하니
손녀의 쌓인 회포 애연(哀然)82 넉니소서83
양월간(兩月間)에 의논하여 부디부디 데려가오셔온
시댁에 매인 몸이 본가(本家)에 더 있을까
그런 일을 생각하여 부디부디 데려가오소셔
간절한 나의 정을 낱낱이 아뢰워서
필연(筆硯)84을 임하시니 준준무식(蠢蠢無識)85 아녀자라
한사리가 아니나니 기록할 길 전이없다
출가한 시누이가 친정을 그리워하며 편지로 <사향곡(思鄕曲)>을 지어 보냈으므로 그 회답의 형식으로 쓴 가사 작품이다. <사향곡>의 내용 중에 편지를 받는 시누이가 광산 김씨 벌열의 후손이라는 표현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이 작품의 작자는 광산 김씨 부인임을 알 수 있다. <사향곡>에서 시누이가 친정집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에 대하여 너무 친정 걱정을 하지 말라는 충고에 가까운 내용을 담고 있다.
어휘 풀이
75)백사(百事) : 여러 가지의 일.또는 모든 일.
76)반편(半偏) : 지능이 보통 사람보다 모자라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77)소여(掃如)하여 : 남김없이 쓸어낸 듯하여.
78)책망(責望) : 잘못을 꾸짖거나 나무라며 못마땅하게 여김.
79)내렴 : 내념(內念, 마음속의 생각)의 오기.
80)동동(憧憧) : 마음이 잡히지 않아 안정되지 못한 상태에 있음.
81)측량(測量)없다 : 한이나 끝이 없음.
82)애연(哀然) : 슬픈 듯.
83)넉니소서 : 여기소서의 오기.
84)필연(筆硯) : 붓과 벼루를 아울러 이르는 말.
85)준준무식(蠢蠢無識) : 굼뜨고 어리석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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