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가

어화 세상(世上) 사람들아 이 가사(歌辭)를 들어 보소
태극(太極)1이 초(初)판2후에 음양(陰陽)3이 생겼어라
음양(陰陽)은 일월(日月)이요 태극(太極)은 하늘이라
일월성신(日月星辰) 삼광(三光)이요 인의예지(仁義禮智) 사단(四端)이라
군신유의(君臣有義) 삼강(三綱)이요 부자유친(父子有親) 오륜(五倫)이라
수화금목(水火金木) 오행(五行)이요 춘하추동(春夏秋冬) 사시(四時)로다
초목금수(草木禽獸) 만물(萬物) 중(中)에 영귀(榮貴)하사 이내 인생(人生)
어머님께 살을 빌리고 아버님께 배4를 타서5
칠성(七星)님6께 복(福)을 받고 서왕전(西往殿)에 명(命)을 받아
삼신(三神)7님의 덕택(德澤)으로 이 세상(世上)에 나셨도다
애달프구나 우리 부모(父母) 애지중지(愛之重之) 기를 적에
업어주고 안아주고 애휼(愛恤)8하신 그 은혜(恩惠)를
어느 천년(千年)에 갚을고 갚지 못할망정
성성(星星)9 백발(白髮) 저 부모(父母)를 지순차순(至順10次順) 섬기어라
인생(人生)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 한번 아차 죽어지면
열 자식(子息)이 시위(示威)할 듯 혼비백산(魂飛魄散) 하였으니
만반진수(滿盤珍羞)11 벌려놓은들 불여생전일배주(不如生前一杯酒)12라
오호라 세상(世上) 사람 역지사지(易地思之)13 생각하면
삼강(三綱)을 저버리고 오륜(五倫)을 잊을쏘냐
삼강오륜(三綱五倫) 제일(第一)이요 유손유손14 오음(五音)이라
정(定)한 시체(時體) 이러하니 서하신구 변(變)해간다
아마 지금(至今) 사람들은 아들 낳고 딸 낳으면
제 덕(德)인 줄 까딱이면 부모(父母)공(功)은 간 데 없다
자고급금(自古級今) 두고 보면 성인문(聖人門)15에 성현(聖賢) 나고
츙효문(忠孝門)16에 열녀(烈女) 나고 사부가(士夫家)17에 법절(法節) 있다
그 이치(理致)는 그렇거만 일거일동(一擧一動) 하는 법(法)이
그 행신(行身)에 달렸으니 반상(班常)이 따로 있나
반상(班常)이야 있건마는 견문(見聞) 없고 무심(無心)하면
제 망신(亡身)은 고사하고 육급선조 반기실까
집에서 새던 그릇 들에 간들 아니 샐까
제 부모(父母)에게 불효(不孝)한 자(者) 남의 부모(父母) 경대(敬待)할까
관기도제 하고보면 이연수채 말할 손가
일월(日月) 밝은 성신(星辰) 달과 광대(廣大)한 천지(天地) 간(間)의
선선하고 약(弱)한 몸이 용납(容納)하기 어렵도다

<농어가>의 작자 및 제작 시기는 미상이다. 작품의 내용은 크게 네 부분으로 대별된다. ‘음양오행과 윤리도덕 → 어려운 한시 구절을 쉬운 국문으로 전환(언어유희, 弄語) → 월령체가의 형식 → 화전가의 내용’ 등이 그것이다. ‘음양오행과 윤리도덕’이라는 규범적인 내용은 ‘4음보’의 정형화된 틀 속에 담고 있다. 그런데 ‘어려운 한시 구절을 쉬운 국문으로 전환’하면서부터 작품은 탈규범적인 내용으로 바뀌면서 4음보에서 벗어나 ‘5음보’, ‘6음보’의 형태를 띠기도 한다. 여기에서 <농어가>가 흥미를 본위로 하는 가창가사임을 추정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농어가>는 가창자들이 선호하는 언어유희, 월령체가, 화전가의 사설을 적절히 엮어 빠른 곡조로 흥겹게 불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