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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문보감권지사
녀자슌덕가
천지간 만물중에 귀할사 사람이라
사람마다 귀한바는 오륜삼강 그아닌가
인의예지 착한승품 사람마다 갓거니와
강근유순 네글자 남녀가 다르도다
음양이 길이달너 녀자가 되여스니
하날이 주신두글자 부대부대 잇지마라
부모임게 유순하면 부자자효 될거시요
형제간에 유순하면 형우제공 될거시요
부부간에 유순하면 부화부순 될거시요
일가간에 유순하면 목족지의 될거시라
마음에 처두고 골수애 새겨두어
자나나 잇지말고 오나가나 일치마라
금을주니 밧굴소냐 옥을주니 밧굴소냐
일자천금 옛말삼 이제야 알겟도다
중심에 색인덕이 외모에 들어나니
아름답고 어여다 찬란할사 저광채여
얼골이 청수하니 연지분 무색하다
일신이 윤택하여스니 능나금수 불버마러라
취미를 나즉하고 홍안을수 겨가저
말의말삼 공순하고 말의말조 삼심하라
마지못한 한두마듸 마지못한 문넌대답
안자쓰나 누어쓰나 삼함기구 잇지마라
엇지보면 그림자요 엇지보면 헛갑이라
단정한 저덕행은 태임이 그아닌가
규문보감권지사
녀자슌덕가
천지간 만물중에 귀할사 사람이라
사람마다 귀한바는 오륜삼강 그아닌가
인의예지 착한승품 사람마다 갓거니와
강근유순 네글자 남녀가 다르도다
음양이 길이달너 녀자가 되여스니
하날이 주신두글자 부대부대 잇지마라
부모임게 유순하면 부자자효 될거시요
형제간에 유순하면 형우제공 될거시요
부부간에 유순하면 부화부순 될거시요
일가간에 유순하면 목족지의 될거시라
마음에 처두고 골수애 새겨두어
자나나 잇지말고 오나가나 일치마라
금을주니 밧굴소냐 옥을주니 밧굴소냐
일자천금 옛말삼 이제야 알겟도다
중심에 색인덕이 외모에 들어나니
아름답고 어여다 찬란할사 저광채여
얼골이 청수하니 연지분 무색하다
일신이 윤택하여스니 능나금수 불버마러라
취미를 나즉하고 홍안을수 겨가저
말의말삼 공순하고 말의말조 삼심하라
마지못한 한두마듸 마지못한 문넌대답
안자쓰나 누어쓰나 삼함기구 잇지마라
엇지보면 그림자요 엇지보면 헛갑이라
단정한 저덕행은 태임이 그아닌가
현 대 문초 록
천지간(天地間) 만물(萬物)중에 귀한것은 사람이라. 사람마다 귀한 바는 삼강 오륜(三綱五倫) 그 아닌가. 인의예지(仁義禮智) 착한 성품(性稟) 사람마다 같거니와, 강근 유순(强近柔順) 네 글자, 남녀가 다르도다.
음양(陰陽)이 길이 달라 여자가 되었으니, 하늘 주신 두 글자 부디부디 있지 마라.
부모님께 유순하면 아버지 인자하고, 자식 효도 될 것이요. 형제간에 유순하면 형제간에 우애하고 공경함이 될 것이요, 부부간에 유순하면 부부가 화목하고 순화함이 될 것이요, 일가 간에 유순하면 친척끼리 화목의 뜻 될 것이라.
마음에 깨쳐두고, 골수(骨髓)에 새겨두어, 자나 깨나 잊지 말고 오나가나 잃지 마라, 금을 준들 바꿀쏘냐. 옥을 준들 바꿀 쏘냐. 일자 천금(一字千金) 옛 말씀을 이제야 알겠노라. 중심에 새긴 덕이 외모에 들어나니, 아름답고 어여쁘다, 찬란하다 저 광채(光彩)여. 얼굴은 깨끗하여 빼어나게 청수(淸秀)하니, 연지분이 무색하다.
온몸이 윤택하니, 귀한 사람 입을 옷감 능라 금수(綾羅錦繡) 부러워 하지 말라. 취미를 나직 하고, 혈색 좋은 홍안(紅顔)은 겸손하게 갖추고서, 말할 때의 말씨는 공손하고 순히 하며, 말씨의 어조는 물 스미듯 잔잔하라. 마지못한 한두 마디, 마지못해 묻는 대답, 앉았으나 누었으나 입을 세 번 봉해 말 삼가란 묘한 글귀 잊지 말라. 어찌 보면 그림자요, 어찌 보면 허깨비라. 단정한 저 덕행(德行)은 주문왕(周文王) 어머니인 태임(太任)이 그 아닌가.
이 가사는 1935년 11월에 서우석(徐雨錫)이 발행한 금속 활자본 <규문보감>에 ‘녀자순덕가’라는 이름으로 수록되어 전하는 규방가사(閨房歌詞)이다. 작자와 제작 연대등이 밝혀 있지 않으나, 작품의 표기와 이를 전하는 문헌의 성격으로 보아 우리나라가 일제의 억압에서 벗어나 광복된 뒤, 여류의 교양서로서 많이 읽혀졌던 현대가사로 판단된다.
가사의 제목에 보이는 ‘슌덕’은 한자어의 표기임이 확실하다. 때문에 글 제목에 보인 이 한자어는, ①유순(柔順)한 덕(德)을 뜻하는 순덕(順德), ②순수한 덕, 또는 빠짐없이 도덕을 행하는 일을 의미하는 순덕(純德), ③순후(淳厚)한 덕을 의미하는 순덕(淳德) 등 몇 가지를 상상할 수 있는데, 가사의 작자가 취한 한자어는 그 중 어느 것인지 일견 의문되는 바가 없지 않다.
작품의 내용에 의하면 위의 ①에서 말하는 순덕(順德)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글의 서술에서 유순함을 비롯하여 형제간에, 부부간에, 일가 간에 유순하고, 유순지덕(柔順之德)과 유순지심(柔順之心), 아울러 유순지사(柔順之事)를 들면서 유순을 누누이 내세움은 바로 작자가 여자의 순덕(順德)을 노래하고자 한 의도임을 간파할 수 있다. 그러나 글의 전개에서는 위의 ②와③에서 말하는 ‘순덕’도 곳에 따라 겸해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여자순덕가>는 유순한 덕을 바탕으로 한 규문여자(閨門女子)의 행실을 내용으로 하였으되, 평소의 용모와 말씨, 집안에서의 길쌈과 제사, 그리고 빈객접대 등 여러 면에서 모범된 여자 행실의 규범을 세련된 글 솜씨로 제시한 내방가사의 대표작으로 지적된다.
노래의 형태상 짜임은 총186구의 장편으로서, 그 중에는 40여 구의 3․4조 배치가 있기는 하지만, 135구에 이르는 4․4조의 구성을 위주로 한 여류가사이다. 물론 사설의 전개에서 과음절(過音節) 내지는 결음절(缺音節)의 취용으로 말미암아 3․5조, 3․6조, 4․3조, 4․5조, 5․3조 등의 작구(作句) 배치도 보이기는 하지만, 이 같은 수사는 모두 10구 미만일 뿐이므로, <여자순덕가(女子順德歌)>는 4․4구조를 기저로 하여 풍부한 내용을 질서있게 서술한 여류 교훈가사로 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