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형 원문세로형 원문
김익순전이라
에화세 더라 이말 드러보소
불 이몸이 여로 게나서
금익순의 손여로 믄벌로도 조흘시고
금옥치 귀히길너 오육세 되온후의
진진벨 을 입업서 못먹고
분벡창 홍촉하의 도 긔경고
세시복납 조흔의 상육도 더저보고
질거이 지든이 연광이 십육세라
고르고 시골 호의 출여
절의 손부되이 문벌은 족하건만는
산이 수업서 망연
수간모옥 종上의 다만서벡 이로
소슬한찬 부억의 맛탕관 이로
신시의 허하인 뉘서 쥑인들 멕일손야
허하인 그저이 얼척업서 우숨이라
후오신 오라반임 울면보고 허는말
헐일업 그저 여두고 엇그저 리요
이올라 반일 실언이요 말 실언니요
여의 몸이되야 삼종지예 잇서시이
부부로 정후의 편을 좃치리
남편얼 좃칠 빈부을 따릴소
별화원 조흔집은 친부모의 예집이요
소슬한 수초당은 구고게신 집이
덕분을 엇며 팔을 쇡일소
출외인 말르시 펭안이 회정오
현구고 삼일만의 주로 드러이
팔십된 부모공양 무엇슬로 잔말고
은죽절 저잡펴 쌀을풀고 반찬사고
김익순전이라
에화세 더라 이말 드러보소
불 이몸이 여로 게나서
금익순의 손여로 믄벌로도 조흘시고
금옥치 귀히길너 오육세 되온후의
진진벨 을 입업서 못먹고
분벡창 홍촉하의 도 긔경고
세시복납 조흔의 상육도 더저보고
질거이 지든이 연광이 십육세라
고르고 시골 호의 출여
절의 손부되이 문벌은 족하건만는
산이 수업서 망연
수간모옥 종上의 다만서벡 이로
소슬한찬 부억의 맛탕관 이로
신시의 허하인 뉘서 쥑인들 멕일손야
허하인 그저이 얼척업서 우숨이라
후오신 오라반임 울면보고 허는말
헐일업 그저 여두고 엇그저 리요
이올라 반일 실언이요 말 실언니요
여의 몸이되야 삼종지예 잇서시이
부부로 정후의 편을 좃치리
남편얼 좃칠 빈부을 따릴소
별화원 조흔집은 친부모의 예집이요
소슬한 수초당은 구고게신 집이
덕분을 엇며 팔을 쇡일소
출외인 말르시 펭안이 회정오
현구고 삼일만의 주로 드러이
팔십된 부모공양 무엇슬로 잔말고
은죽절 저잡펴 쌀을풀고 반찬사고
현 대 문초 록
김익순전이라
어와 세상 사람들아 이내 말씀 들어보소. 불행하다 이 내 몸이 여자로 태어나서, 김익순의 손녀로 문벌(門閥)도 좋을시고, 금옥(金玉)처럼 귀하게 길러 오육세가 된 이후로, 맛이 좋은 여러 가지 다과를 입맛 없어서 못 다 먹고, 분벽사창(粉壁紗窓) 홍촉(紅燭) 아래 책도 구경하고, 세시복랍(歲時伏臘) 좋은 때에 상육도 던져 보고 즐겁게 지냈더니 나이 이십육세라. 고르고 다시 골라 강호에 출가하여, 한 절강의 손부(孫婦)되어 가문은 이름이 높아 만족하건만 가산(家産)이 넉넉지 않아 살아가기 막연하다. 수간모옥 정강상의 다만 서벽뿐이로다. 서늘한 찬 부엌에 다만 국을 끓이는 나뿐이로다.
신행(新行) 갈 때 많았던 하인 누가 있어 죽인들 먹일 수 있겠나. 많고 많은 하인 그저 가니 어이 없어 그저 웃음이라. 나중에 오신 오라버니 울면서 보고 아시는 말씀 할 일 없으니 그저 가자 하네. 식구 여기 두고 어찌 그저 가리요 하니, 오라버니 말씀하시길 실언(失言)이요 가자는 말씀 실언이요. 여자로 태어나 삼종지례(三從之禮) 있으니, (*삼종지례:여자로서 지켜야할 세 가지 덕목, 즉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르고, 시집가서는 남편을 따르고, 남편이 죽은 후에는 아들을 따름) 부부로 정해진 후에 남편을 좇는 것이리라. 남편을 따르는 데 빈부(貧富)를 따를 손가 별당 화원 좋은 집은 친부모의 옛집이요 쓸쓸한 수간초당(數間草堂) 시부모님 계신 내 집이라.
덕분을 어찌하며 팔자를 속일손가. 출가외인(出嫁外人) 생각마시고 평안히 돌아가소서. 지금 시부모님 삼일만에 주하로 들어가니 팔십된 부모공양 무엇으로 한다는 말인가. 은비녀 저당 잡혀 쌀을 팔고 반찬 사고 나무 사고
이 작품은 <박금강금강산유산녹>, <게산가>, <노인가> 등과 함께 필사본으로 전하고 있다. <김익순전이라>는 김익순의 손녀딸인 작중 화자가 자신의 결혼 생활과 함께 시집가는 딸에게 여성으로서 지켜야 할 덕목을 권면하는 내용을 담은 장편 여성 가사이다. 작품의 내용과 전혀 관련없이 작품 제목을 <김익순전이라>고 붙인 까닭은 여성의 이름을 앞세우기가 어려웠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 때문에 작중 화자의 조부의 이름을 작품의 제목으로 내세운 듯하다.
<김익순전이라>의 작품 구성은 김익순 손녀딸의 혼인과 결혼생활, 딸에게 권면하는 내용, 개똥어미 이야기, 경계하고 실천해야 할 덕목의 강조 등 크게 네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작품의 작중 화자인 김익순의 손녀딸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문벌은 좋으나 가난한 서비의 집으로 시집와서 시부모를 모시고, 남편을 공경하며, 가산(家産)을 불리어 집안을 일으켜 세우고, 자식을 출사에 이르게 하는 등 유교적 현모양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그녀의 딸에게 권면하는 덕목 역시 유고적 현숙한 여성상에 대한 것이며,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장치로 '개똥어미'의 이야기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김익순전이라>의 형식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작중 화자인 김익순의 손녀딸의 이야기와 개똥어미 이야기가 각각 짧은 전기로 익혀질 수 있을 만큼 일정한 서사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 속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단순히 열거하여 나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건과 행동을 중심으로 입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작중 화자는 이러한 입체성을 잘 살리기 위해 다른 사람과의 대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삽입시키는 등의 극적 요소를 잘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장치들은 자칫 긴 내용과 상투적인 내용으로 말미암아 지루해질 수도 있을 <김익순전이라>에 흥미와 재미를 잃지 않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