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소 동유(同遊)1)들아 이내 말씀 들어보소
황천(皇天)2)의 사람낼 제 애증(愛憎)3)이야 살릴쏘냐
어떤 이는 남자(男子)되어 일신(一身)이 거침없어
나가며 백마금편(白馬金鞭)4) 사해팔방(四海八方)5) 호강(豪强)이요
들어오며 시주풍류(詩酒風流)6) 일일이7) 쾌컨마는
여자의 규중(閨中)8)살이 분함도 분할씨고
요조(窈窕)9)한 이 규모가 사람 보면 돌아서기
한 걸음 문을 나며 대변(代辨)10)으로 아는구나
어느 적 남자되어 만고(萬古)11) 호강(豪强)12) 누려볼고
자정(姿情)13)으로 볼작시면 흠선(欽羨)14)을 하련마는
<기원가>는 두루마리 형태의 필사본 가사작품으로 작자와 제작시기, 필사자와 필사시기는 미상이다. 상하 2단의 4음보를 기준으로 하여 단정하게 필사되어 있으며, 가독성(可讀性)이 좋아 무리없이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 두루마리에는 <기원가> 외에 <쌍옥가>도 같이 실려 있다. 현재 한국가사문학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여자로 태어남을 한탄하고 남자의 세계를 동경한 여탄가(女嘆歌)의 하나이다. 여탄가(女嘆歌)는 여자로 태어남을 원망하거나 여자로서의 불행한 자기신세에 한숨지으며 탄식하는 내용을 가진 규방가사의 대표적인 작품류이다.
이 작품은 “어와 우리 동유들아 이내 말씀 드러보소.”로 시작하여, 출가함으로부터 비롯되는 여자로서의 괴로움을 읊고, 다음으로 자유분방한 남자들의 세계를 동경하였다.
<기원가>가 다른 부녀탄식류 작품과 다른 점은 자신과 동유(同遊)들을 천상선녀로 여겨 여자이지만 남자 못지 않은 재주와 능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자로 태어난지라 동유들을 만나지 못해 안타까워 하던 차에 문중의 어른이 여자들의 모임을 위해 돈을 내어 준다. 기쁜 마음에 기별하고 동유들을 만나기로 하여 분주히 준비하고 설레던 차에 한낱 꿈이었음을 아쉬워하고 있다. 결국 다시 기별하여 조촐하게 모여들어 잔치를 하는데, 뒷말하는 남자들의 못난 행동을 보고서 이기적으로 자신만을 위하는 남성들에게 증오감을 드러내고 있다.
어휘 풀이
1)동유(同遊) : 같이 놂. 또는 함께 유람함.
2)황천(皇天) : 크고 넓은 하늘. 하느님(우주를 창조하고 주재한다고 믿어지는 초자연적인 절대자).
3)애증(愛憎) : 사랑과 미움을 아울러 이르는 말.
4)백마금편(白馬金鞭) : 좋은 말과 금으로 된 채찍.
5)사해팔방(四海八方) : 온 세상 여러 방향.
6)시주풍류(詩酒風流) : 시를 짓고 술을 마시며 고풍스레 노는 일.
7)일일이 : 일마다 모두.
8)규중(閨中) : 부녀자가 거처하는 곳.
9)요조(窈窕) : 여자의 행동이 얌전하고 정숙함.
10)대변(代辨) : 남을 대신하여 사무를 처리함.
11)만고(萬古) : 아주 오랜 세월 동안.
12)호강(豪强) : 호화롭고 편안한 삶을 누림. 또는 그런 생활.
13)자정(姿情) : 모습과 정취(情趣)를 아울러 이르는 말.
14)흠선(欽羨) : 우러러 공경하고 부러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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