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긔수가
◆와제종 싀매들아 이내말삼 덜어보소
각각친정 변화고 헝성긔 남만이나 건마난
가소로다 여몸이 남의게 마인고로
성당한 제죵숙질 몃몃로 그리난고
유시로 각며 굿심 둘대업서
발건달 힌구람은 부모형졔 각이요
천원기수 흐런물은 고향산천 의히다
다갓탄 여로서 그대둘은 어이여
청천의 구람못듯 벽해의 물결갓치
이리못고 저리모혀 부모슬하 넘노난양
가온대 나위련가 오동소옺 봉황인가
희희낙낙 난모양 우리마암 부럽도다
가소롭다 우리들도 조헌바람 듸리불며
춘풍삼월 연자갓치 고택을 차자더르
부모동긔 즐긴후에 길일양신 가려내여
삼삼오오 얼지어 녹음방초 승화시에
놀대로 노라보
가소강남 이분내야 하도조롱 어인말고
막비왕토 너런천지 어대가 못사리요
서울이 상도라도 한양유학 드옥설고
웅천이 하도라도 제날타시 아니런가
명태양반 조롱마소 명태라 난고기
일홈을 이랄진대 명성겁지 이안니며
월내을 볼작시며 북해태수 그럴손야
조흘시고 조흘시고 명태양반 조헐시고
한산양반 누길넌고 허허이말 가소롭다
승기자랄 염지여 심술구진 군자내가
손안대고 는구나
거대양반 내여노소 아가사창 우업도다
아달자랑 흉일넌강 선대시업 전하기도
아들이 제일이요 후세복녹 연면키도
긔수가
◆와제종 싀매들아 이내말삼 덜어보소
각각친정 변화고 헝성긔 남만이나 건마난
가소로다 여몸이 남의게 마인고로
성당한 제죵숙질 몃몃로 그리난고
유시로 각며 굿심 둘대업서
발건달 힌구람은 부모형졔 각이요
천원기수 흐런물은 고향산천 의히다
다갓탄 여로서 그대둘은 어이여
청천의 구람못듯 벽해의 물결갓치
이리못고 저리모혀 부모슬하 넘노난양
가온대 나위련가 오동소옺 봉황인가
희희낙낙 난모양 우리마암 부럽도다
가소롭다 우리들도 조헌바람 듸리불며
춘풍삼월 연자갓치 고택을 차자더르
부모동긔 즐긴후에 길일양신 가려내여
삼삼오오 얼지어 녹음방초 승화시에
놀대로 노라보
가소강남 이분내야 하도조롱 어인말고
막비왕토 너런천지 어대가 못사리요
서울이 상도라도 한양유학 드옥설고
웅천이 하도라도 제날타시 아니런가
명태양반 조롱마소 명태라 난고기
일홈을 이랄진대 명성겁지 이안니며
월내을 볼작시며 북해태수 그럴손야
조흘시고 조흘시고 명태양반 조헐시고
한산양반 누길넌고 허허이말 가소롭다
승기자랄 염지여 심술구진 군자내가
손안대고 는구나
거대양반 내여노소 아가사창 우업도다
아달자랑 흉일넌강 선대시업 전하기도
아들이 제일이요 후세복녹 연면키도
현 대 문초 록
어와 제종(諸宗)1) 시매(媤妹)2)들아 이내 말씀 들어보소
각각 친정(親庭) 번화(繁華)3)하고 흥성(興盛)4)하기 남만이나5) 하건마는
가소(可笑)6)로다 여자몸이 남에게 매인고로
성당(成黨)7)한 제종(諸宗)숙질(叔姪)8) 몇몇해로 그리난고
유시(幼詩)9)로 생각하며 굿분10) 심사(心思)11) 둘 데없어
밝은 달 흰 구름은 부모형제 생각이요
천원(泉源)기수(淇水)12) 흐른 물은 고향(故鄕)산천(山川) 의희(依稀)하다13)
다같은 여자로서 그대들은 어이하여
청천(靑天)의 구름못듯14) 벽해(碧海)15)의 물결같이
이리못고 저리 모여 부모(父母) 슬하(膝下)16) 넘노는 양
꽃 가운데 나비런가 오동소옥 봉황(鳳凰)인가17)
희희낙락(喜喜樂樂)18) 하는 모양 우리 마음 부럽도다
가소(可笑)롭다 우리들도 좋은 바람 디리19)불며
춘풍(春風)삼월(三月) 연자(燕子)20)같이 고택(故宅)21)을 찾아들어
부모동기(父母同氣) 즐긴 후에 길일양신(吉日良辰)22) 가려내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녹음방초(綠陰芳草) 승화시(勝花時)23)에
놀대로 놀아보세
가소강남 이 분내24)야 하도(下道)25)조롱 어인 말고
막비왕토(莫非王土)26) 너른 천지(天地) 어디가 못살리요
서울이 상도(上都)라도 한양유학 더욱 설고
웅천(熊川)이 하도(下道)라도 제 날 탓이 아니런가
명태양반 조롱마소 명태라 하는 고기
이름을 이를진대 명성겁지27) 이 아니며
월내를 볼작시면 북해태수 그럴쏘냐
좋을씨고 좋을씨고 명태양반 좋을씨고
한산양반 누길런고28) 허허 이 말 가소(可笑)롭다29)
승기자(勝己者)를 염지(厭之)하여30) 심술궂은 군자네가
손 안대고 집는구나
그대 양반 내어놓소 아가사창(我歌査唱)31) 우습도다
아들 자랑 흉일런가 선대(先代) 세업(世業)32) 전하기도
아들이 제일이요 후세(後世)복록(福祿) 연면(連綿)33)키도
<기수가>는 19세기 중반 이후에 지어진 작품으로 화전가류 가사에 속하는 규방가사이다. 연작으로 이루어진 <기수가> 작품들은 대부분 시누이와 올케 사이에 주고받은 논쟁을 주로 담고 있으며 동일 계열에 속하는 작품으로는 <회조가>, <답기수가>, <반기수가>, <자소가> 등이 있다.
<기수가>는 다른 가문으로 시집간 시누이가 귀령(歸寧)와서 놀이하던 장소에서 지어진 작품으로 올케에게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노래이다. 시누이들은 지금 올케가 누리고 있는 모든 복이 자신들의 친정인 어진 시댁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복을 누리며 삶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자신들을 대접한 적이 없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한미한 집안에서 훌륭한 집안으로 시집와 복을 누리고 살았으면 자신들을 포함한 시댁식구를 하늘같이 떠받들어야 옳은 것이 아니냐며 올케들을 훈계하고 있다. 또한 시누이들이 올케의 가문을 무시하면서 그들의 가문을 과시하는 면도 드러난다.
그러나 본 작품은 <긔수가>라고 표기되어 있으나 작품의 내용상 <답긔수가>로 보인다. 작품의 첫 부분에 “제종 싀매들아 이 내 말삼 들어보소”의 구절로부터 시작되며 작품 중간에 자신이 한훤선생(김굉필)의 후예라고 하는 점에서 시누이들이 지은 <기수가>에 대한 답가로 올케가 지은 것으로 보인다. <기수가>에서 시매(媤妹)들에 의해 조롱을 당했던 올케는 그에 대한 반론과 귀령(歸寧) 온 시매(媤妹)들에 대한 훈계를 노래로 풀어놓는다. 먼저 화자는 자신의 집안이 교남(嶠南)의 명족(名族)이요 국내(國內)의 대반(大班)이라며 시댁 못지않게 대단한 가문임을 밝힌다. 그리고는 시누이들의 부덕함을 비난하였으며 어른 공경과 자손 훈계, 치산과 방적, 법도에 맞는 행동거지 등에 대해 논하였다. 올케에게 대접을 받고 싶으면 시누이로서의 책무에 힘쓰라는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또한 교남의 명족인 자신의 집에 비해 보잘것없는 시누이들의 가문을 비웃었다. 대부분 경제적인 부를 기반으로 하거나, 한미한 벼슬, 몰락한 처지에 있어 보잘 것 없는 양반이라며 <기수가>에서 시누이들이 자신을 무시한 것과 똑같이 조롱하고 있다.
어휘 풀이
1)제종(諸宗) : 한 겨레붙이의 본종(本宗)과 지파(支派)를 통틀어 이르는 말.
2)시매(媤妹) : 시누이.
3)번화(繁華) : 번성하고 화려함.
4)흥성(興盛) : 융성(隆盛). 기운차게 일어나거나 대단히 번성함.
5)남만이나 : 남만큼이나.
6)가소(可笑) : 터무니없거나 같잖아서 우스움.
7)성당(成黨) : 도당(徒黨)을 이룬.
8)숙질(叔姪) : 아저씨와 조카를 아울러 이르는 말.
9)유시(幼詩) : 어릴 때.
10)굿분 : 굿부다의 어근. 굿부다는 ‘구쁘다(배 속이 허전하여 자꾸 먹고 싶다. 채워지지 아니한 허전한 느낌이 있다.)’의 옛말.
11)심사(心思) : 어떤 일에 대한 여러 가지 마음의 작용.
12)천원(泉源)기수(淇水) :
13)의희(依稀)하다 : 거의 비슷하다.
14)구름못듯 : 구름이 모이듯.
15)벽해(碧海) : 짙푸른 바다.
16)슬하(膝下) : 무릎 아래라는 뜻으로, 거느리는 곁이나 품안. 주로, 부모(父母)의 보호(保護) 영역(領域)을 이름.
17)오동소옥 봉황 : 봉황은 깃털에는 오색 무늬가 있고 소리는 오음에 맞고 우렁차며, 오동나무에 깃들이어 대나무 열매를 먹고 영천(靈泉)의 물을 마시며 산다고 함.
18)희희낙락(喜喜樂樂) : 매우 기뻐하고 즐거워함.
19)디리 : 들입다(세차게 마구)’의 경상도 방언.
20)연자(燕子) : 제비.
21)고택(故宅) : 옛집. 예전에 살던 집.
22)길일양신(吉日良辰) : 좋은 날. 좋은 때. 吉辰(길신).
23)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 : 나뭇잎이 푸르게 우거진 그늘과 향기로운 풀이 꽃보다 나을 때. 첫여름을 나타내기도 함.
24)분내 : 분네의 오기(誤記). 분네는 ‘분’을 덜 친근하게 이르는 말. 둘 이상의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
25)하도(下道) : 중앙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도(道). 서울에서 떨어져 있는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를 통틀어 이르는 말.
26)막비왕토(莫非王土) : 왕의 땅이 아닌 곳이 없음.
27)명성겁지 : 명경급제(明經及第). 조선 시대 문과(文科)의 하나인 명경과에 급제함. 명경과는 조선후기에는 시험방식이 구독(句讀)과 훈석(訓釋)을 암기하는 방식이 되어, 단순히 경전 구절의 정확한 암기여부를 시험하는 것으로 바뀜. 문과에 비해 급이 낮은 것으로 취급받았음.
28)누길런고 : 누구일런고.
29)가소(可笑)롭다 : 같잖아서 우스운 데가 있다.
30)승기자(勝己者)를 염지(厭之)하여 : 승기자염지(勝己者厭之). 재주가 자기(自己)보다 나은 사람을 싫어함.
31)아가사창(我歌査唱) : 내가 부를 노래를 사돈이 부른다는 속담(俗談)의 한역으로, 책망(責望)을 들을 사람이 도리어 큰소리를 침을 이르는 말.
32)세업(世業) : 대대로 이어서 내려오는 직업.
33)연면(連綿) : 혈통, 역사, 산맥 따위가 끊어지지 않고 계속 잇닿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