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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귀 사펴여 定心修道 여두면
春三月 好時節의 다시 만나볼가
권학가
노류閑談 無事客니 팔도강산 다발버셔
졀나도 은젹암의 환셰로 쇼일니
無情 니歲月의 놀고보고 먹고보셰
浩浩茫茫 너론天地 쳥녀을 벗슬아
일으로신 빗겨셔셔 젹셰만물 여보니
무 니포 붓칠 바니엽셔
말노며 글노지여 送旧迎新 여보셰
無情 니셰월이 엇지이리 무졍고
어와셰상 덜라 人間七十 古來稀난
만고유傳 안일넌가 무졍 니歲月을
귀귀 사펴여 定心修道 여두면
春三月 好時節의 다시 만나볼가
권학가
노류閑談 無事客니 팔도강산 다발버셔
졀나도 은젹암의 환셰로 쇼일니
無情 니歲月의 놀고보고 먹고보셰
浩浩茫茫 너론天地 쳥녀을 벗슬아
일으로신 빗겨셔셔 젹셰만물 여보니
무 니포 붓칠 바니엽셔
말노며 글노지여 送旧迎新 여보셰
無情 니셰월이 엇지이리 무졍고
어와셰상 덜라 人間七十 古來稀난
만고유傳 안일넌가 무졍 니歲月을
현 대 문초 록
구구자자(句句字字) 살펴 내어 정심수도(定心修道) 하여 두면
춘삼월(春三月) 호시절(好時節)에 또 다시 만나볼까.
권학가
노류한담(路柳閑談)1 무사객(無事客)2이 팔도강산 다 밟아서
전라도 은적암(隱寂庵)3에 환세4차(換歲次)로 소일하니
무정한 이 세월에 놀고 보고 먹고 보세.
호호망망(浩浩茫茫) 너른 천지 청려(靑藜)5를 벗을 삼아
일신(一身)으로 비켜서서 적세만물6 하여 보니,
무사한 이내 회포 부칠 곳 바이없어
말로 하며 글로 지어 송구영신(送旧迎新)7 하여 보세.
무정한 이 세월이 어찌 이리 무정한고.
어와, 세상 사람들아. 인간칠십고래희(人間七十古來稀)는8
만고 유전 아닐런가. 무정한 이 세월을
동학의 교조 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 1824∼1864)가 득도 후 교리를 펴기 위해 지은 동학 포교가사이다. 1860년대 초에 제작된 것으로, 그 정확한 시기는 철종 12년(1861) 또는 철종 13년(1862)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용담유사(龍潭遺詞)�의 필사 이본에 이른바 ‘유사팔편(遺詞八篇)’이라 지칭되는 <용담가(龍潭歌)>, <안심가(安心歌)>, <교훈가(敎訓歌)>, <도수사(道修詞)>, <권학가(勸學歌)>, <몽중노소문답가(夢中老少問答歌)>, <도덕가(道德歌)>, <흥비가(興比歌)> 중의 한 작품으로 실려 있다. 길이는 4음보 1행을 기준으로 전체 115행이다.
주요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즉 ① 전라도 은적암에 머무르던 작자가 송구영신(送舊迎新)하며 이 노래를 지음, ② 그 동안 방방곡곡을 지나며 괴이한 인심 풍속을 보고 느낌, ③ 시운이 비록 좋지 않으나 당당정리(堂堂正理)를 밝혀 본분을 다할 것을 제자들에게 당부하며 자신을 돌아봄, ④ 서양 천주교의 교리를 비판함, ⑤ 성경(誠敬)으로 윤회하는 시운을 따르고 이 글의 가르침을 받을 것을 권면함이 그것이다.
이 <권학가>가 실린 필사 이본 �용담유사�의 형태는 한지에 각 면 세로 10행, 각 행 24자 내외의 세필로 기록되어 있다. 전체 32장 64면이다. ‘가사 팔편’의 수록 순서는 <교훈가>, <안심가(경신, 1860)>, <용담가(경신)>, <몽중노소문답가(신유, 1861)>, <도수사(신유)>, <권학가(임술, 1862)>, <도덕가(임술)>, <흥비가(계해, 1863)>순으로 되어 있다. 작품 이름 밑에는 간지로 창작 연도가 부기되어 있어 연구에 참고가 된다. 필사자와 필사시기에 대한 언급은 없다. 기사 방식은 줄글체로 되어 있으며, 4음보 1행을 기준 삼아 행과 행 사이에는 ‘○’의 구분 표지가 삽입되어 있다. 군데군데 글자의 순서가 바뀌거나, 유사한 음으로 베낀 오류가 눈에 띈다.
그런데 아쉽게도 �용담유사�라는 책의 표제와 첫 번째 수록 작품인 <교훈가>의 제목 및 앞부분을 기록하였을 첫 장이 낙장되고 없어 지금 이 필사 이본의 전모를 다 볼 수는 없다. 책의 맨 뒷장 겉면에는 ‘가사 죵’이라 적혀 있다.
어휘 풀이
1)노류한담(路柳閑談) : 길가 버드나무 밑에서 나누는 한가한 이야기.
2)무사객(無事客) : 일 없는 나그네. 곧 작자 자신.
3)은적암(隱寂庵) : 전라북도 남원의 교룡산성 안에 있는 작은 암자. 동학의 대신사 최제우가 득도 후 포덕 2년(1861년) 섣달부터 이듬해 3월까지 머무르며 수편의 경전을 집필한 곳으로, 천도교의 성지이다.
4)환세 : 해가 바뀜. 새해가 됨.
5)청려(靑藜) : 청려장(靑藜杖). 명아줏대로 만든 지팡이.
6)적세만물 : 다른 이본에는 ‘격치만물(格致萬物)’로 되어 있음.
7)송구영신(送旧迎新) :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음.
8)인간칠십고래희(人間七十古來稀)는 : 사람이 칠십까지 사는 일이 예로부터 드물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