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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혜를 떨쳐신고> 석거이 이러거러
영명사 차자가서 중다려 뭇난말이
인간이별 내신 부쳐 어대탑상 안잔난고
이화 별슈로 이갓 별수로다
언나 구름거더 발근빛 다시볼고
송지문의 명화편을 길이흡퍼 비회니
할로 상풍의 취한 슐 다엿고
금쥰을 다시열고 낙엽을 깔고안자
일일 부일난 몽롱의 취먹고
져른탄식 긴한슘의 발을 미러 이러서서
지향업시 가는길 연당 드란말가
부용을 꺽거들고 유졍이 도라보니
<초혜를 떨쳐신고> 석거이 이러거러
영명사 차자가서 중다려 뭇난말이
인간이별 내신 부쳐 어대탑상 안잔난고
이화 별슈로 이갓 별수로다
언나 구름거더 발근빛 다시볼고
송지문의 명화편을 길이흡퍼 비회니
할로 상풍의 취한 슐 다엿고
금쥰을 다시열고 낙엽을 깔고안자
일일 부일난 몽롱의 취먹고
져른탄식 긴한슘의 발을 미러 이러서서
지향업시 가는길 연당 드란말가
부용을 꺽거들고 유졍이 도라보니
현 대 문초 록
<초혜(草鞋)63를 떨쳐 신고> 석거이64 일어나 걸어서
영명사(永明寺)65 찾아가서 중에게 묻는 말이
인간 이별 내신 부쳐 어느 탑에 안자 계신고?
<님 그린 일편단심(一片丹心) 불전(佛前)에 발원하여
님은 다시 못 볼망정 차라리 죽어져서
백골(白骨)은 진토(塵土)되나 영혼은 높이 날아
임 앉으신 난간 앞에 이루어 보리로다.
다시금 생각하니 이 도한 원수로다
죽창을 고쳐 짚고 부벽루(浮璧樓)66 올라보니
들 밖의 점점봉은 구름 속에 솟아 있고,
청강(淸江)에 흐르는 물 추천(秋天)과 한 빛이라.
이윽고 뜨는 명월(明月) 교교(皎皎)67히 비쳤는데,
그린 상사 지리한 중 옥면(玉面)68인가 반겼더니
어이 한 뜬 구름이 광명을 가렸네.
어화 웬 일인고, 조물의 탓이로다.>69
어화 별수(別愁)70도 이 같은 별수로다.
언제나 구름 걷어 밝은 빛 다시 볼꼬?
송지문(宋之問)의 명하편(明河編)71을 길이 읊어 배회하니
한로(寒露) 상풍(霜楓)에 취한 술 다 깨였다.
금준(金樽)72을 다시 열고 낙엽을 깔고 안자,
일배(一杯) 일배(一杯) 부일배(復一杯) 몽롱하게 취하게 먹고
짧은 탄식 긴 한숨에 발을 밀어 일어서서
지향 없이 가는 길에 애련당(愛蓮塘)73에 들었단 말인가.
부용(芙蓉)74을 꺾어 들고 유정(有情)하게 도라 보니
<추풍감별곡(秋風感別曲)>은 작자와 연대는 알 수 없는 조선시대 고소설 <채봉감별곡(彩鳳感別曲)>에 삽입된 가사(歌辭)이다. 고소설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평양성(平壤城) 김진사의 딸 채봉(彩鳳)은 후원으로 봄나들이를 나온다. 그 모습에 반한 전 선천부사(宣川府使)의 아들 장필성(張弼成)은 그녀가 떨어뜨린 손수건에 사랑하는 시를 써서 보내고 채봉도 화답시를 보내면서 마침내 둘은 약혼에까지 이른다. 그러나 벼슬에 눈이 어두운 채봉의 아버지 김 진사는 딸을 허 판서의 첩으로 보내려고 마음을 먹는다. 채봉은 평양으로 도망을 나온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허 판사가 김 진사를 하옥시키자 채봉은 아버지를 구하고자 송이(松伊)라는 기생이 된다. 서로 주고받은 시를 확인한 채봉과 필성은 다시 만나게 되지만 평양감사 이보국(李輔國)이 채봉을 탐내어 데려가자 둘은 다시 이별을 한다. 필성은 자진하여 감사의 이방으로 변신한다. 채봉은 밤마다 필성을 그리며 <추풍감별곡>을 읊는데 이 사연을 듣게 된 감사는 채봉을 놓아 결국 둘은 결혼을 하게 된다.
이 작품은 남녀 주인공의 신분을 뛰어 넘는 파란 많은 사랑의 과정을 통해 당시 불합리한 사회 질서와 부패상을 보여주고 있다. 또, 정확한 표현법과 독창적인 구성으로 인해 고소설의 걸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삽입된 채봉의 노래 <추풍감별곡>은 일명 <감별곡(感別曲)>이라 하여 서도소리로 개작하여 불렸다. 조선 말기에 유행했던 이 가사는 순결하고 진질한 사랑을 주제로 한 절창으로 평가 받아 규방에서 아녀자들 사이에 대단히 유행했다. 따라서 필사본이 많은데, 필사하는 과정에서 필사자의 의도와 심사에 따라 원전과 다르게 필사된 부분도 있고 오류도 종종 발견된다.
이 필사본은 필사자나 소유자를 알 수 없고, 보관 과정에서 제목과 앞부분이 찢겨 나갔다. 18.5×385㎝의 두루마리 한자에다 1행에 4음보 2구를 종서(縱書)하여 모두 280행으로 기록하고 콩기름을 먹였다. 중간에 빠진 부분도 있고, 원전과는 다르게 표기된 부분도 있다. 원전에는 없는 결사(結辭)를 첨가하는 것으로 보아 가사(歌辭) 문학에 조예가 있는 사람이 필사한 것으로 보인다.
어휘 풀이
63)초혜(草鞋) : 짚신.
64)석거이 : ‘삼가’의 잘못인 듯.
65)영명사(永明寺) : 평양 모란봉 언덕에 있는 사찰. 영명심승(永明尋僧)은 평양 팔경의 하나.
66)부벽루(浮璧樓) : 평양 모란대(牡丹臺) 밑 청류벽(淸流壁) 위에 있는 누각. 부벽완월(浮壁翫月)은 평양 팔경의 하나.
67)교교(皎皎) : 달이 썩 맑고 밝음. 썩 희고 깨끗함. 매우 조용함.
68)옥면(玉面) : 옥같이 깨끗하고 아름다운 얼굴. 남의 얼굴을 높여 이르는 말.
69)<> : 원문에 빠진 부분. 김기동 · 전규태 편,
70)별수(別愁) : 특별한 근심.
71)명하편(明河編) : 중국 당라 시인 송지문(宋之問)도 <명하편(明河篇)>에서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에 놓은 오작교(烏鵲橋)에 관한 고사를 읊었음. (七月七日 鵲首兮故皆髡 相傳以爲是河鼓與織女會於漢東 役鵲爲梁以渡 故毛皆脫去)
72)금준(金樽) : 금으로 만든 술통. 화려하게 만든 술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73)애련당(愛蓮塘) : 평양 대동문에서 종로로 통하는 길 중간복판에 있었던 연못. 연당청우(蓮塘聽雨)는 평양 팔경의 하나.
74)부용(芙蓉) : 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