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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상강 어느날 고인을 다시만나
봄바람 가을달 그림갓치 마조안자
이런일 옛말 삼아 졍회중 여러두고
유자 생여하여 한업시 즐기다가
일생이 교자하야 어누가 시비커든
츄풍오호 저문날 금범을 놉히달고
가다가 안잣다가 산조코 물조은대
자좌우향 제법을 수간초옥 지은후의
석젼을 깁히갈고 초목을 먹을망정
년이 다진토록 떠나자 마자더니
상사로 언한몸이 샹우의 잠간 누어
죽은듯이 잠을드러 호접이 나를 물라
쇼상강 어느날 고인을 다시만나
봄바람 가을달 그림갓치 마조안자
이런일 옛말 삼아 졍회중 여러두고
유자 생여하여 한업시 즐기다가
일생이 교자하야 어누가 시비커든
츄풍오호 저문날 금범을 놉히달고
가다가 안잣다가 산조코 물조은대
자좌우향 제법을 수간초옥 지은후의
석젼을 깁히갈고 초목을 먹을망정
년이 다진토록 떠나자 마자더니
상사로 언한몸이 샹우의 잠간 누어
죽은듯이 잠을드러 호접이 나를 물라
현 대 문초 록
소상강(瀟湘江)128 어느 날에 고인(古人)을 다시 만나
봄바람 가을 달에 그림같이 마주 안자
이런 일 옛말 삼아 정회 중에 열어 두고
유자 생녀(有子生女)129하여 한없이 즐기다가
인심이 교자(驕恣)130하여 어디 누가 시비를 걸든
추풍(秋風) 오호(五湖) 저문 날에 금범(錦帆)131을 높이 달고
가다가 앉았다가 산 좋고 물 좋은데
자좌오향(子坐午向)132 제법으로 수간(數間) 초옥(草屋) 지은 후에
<집터를 볼작시면 평생의 소원이라.
경태룡묘 입수(入水)에 고두안산(高頭案山) 더욱 좋다.
장송은 울울하니 울매어 무엇하며
벽계(碧溪)는 유유하이 우물 파서 무엇하리.
감천(甘泉)에 토후(土厚)로다 농업을 하여보세.>133
석전(石田)134을 깊이 갈고 초목(草木)을 먹을망정
백년이 다 지나도록 떠나 살지 말자 하였더니,
<다시금 생각하니 쓸데없는 한별일세.
이회 별한(離懷別恨) 이 같은데 단장 초호뿐이로다.
악수 완연 만나 보아 작조진 정하고지고
임 이별한 때 나는 어지 못 죽었노.
대천 바다 깊은 물에 풍덩실 빠지련만,
지금까지 살았는데, 부모 정든 임 만날까?
창천도 미워하고 조물의 시기로다.
성음(聲音)이 귀에 쟁쟁 불사이자사(不思而自思)하며
태도가 눈에 암암 욕망이난망(欲忘而難忘)이라.
想思의 중한 병을 어찌하면 고쳐 낼꼬?
신농씨(神農氏) 갱생(更生)하고 편작(扁鵲)이 부생(復生)한들
상사의 깊은 병을 어이하여 고칠손가.>135
상사(想思)로 언한136 몸이 상 위에 잠깐 누어
죽은 듯이 잠을 들어 호접(胡蝶)137이 나를 몰아
<추풍감별곡(秋風感別曲)>은 작자와 연대는 알 수 없는 조선시대 고소설 <채봉감별곡(彩鳳感別曲)>에 삽입된 가사(歌辭)이다. 고소설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평양성(平壤城) 김진사의 딸 채봉(彩鳳)은 후원으로 봄나들이를 나온다. 그 모습에 반한 전 선천부사(宣川府使)의 아들 장필성(張弼成)은 그녀가 떨어뜨린 손수건에 사랑하는 시를 써서 보내고 채봉도 화답시를 보내면서 마침내 둘은 약혼에까지 이른다. 그러나 벼슬에 눈이 어두운 채봉의 아버지 김 진사는 딸을 허 판서의 첩으로 보내려고 마음을 먹는다. 채봉은 평양으로 도망을 나온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허 판사가 김 진사를 하옥시키자 채봉은 아버지를 구하고자 송이(松伊)라는 기생이 된다. 서로 주고받은 시를 확인한 채봉과 필성은 다시 만나게 되지만 평양감사 이보국(李輔國)이 채봉을 탐내어 데려가자 둘은 다시 이별을 한다. 필성은 자진하여 감사의 이방으로 변신한다. 채봉은 밤마다 필성을 그리며 <추풍감별곡>을 읊는데 이 사연을 듣게 된 감사는 채봉을 놓아 결국 둘은 결혼을 하게 된다.
이 작품은 남녀 주인공의 신분을 뛰어 넘는 파란 많은 사랑의 과정을 통해 당시 불합리한 사회 질서와 부패상을 보여주고 있다. 또, 정확한 표현법과 독창적인 구성으로 인해 고소설의 걸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삽입된 채봉의 노래 <추풍감별곡>은 일명 <감별곡(感別曲)>이라 하여 서도소리로 개작하여 불렸다. 조선 말기에 유행했던 이 가사는 순결하고 진질한 사랑을 주제로 한 절창으로 평가 받아 규방에서 아녀자들 사이에 대단히 유행했다. 따라서 필사본이 많은데, 필사하는 과정에서 필사자의 의도와 심사에 따라 원전과 다르게 필사된 부분도 있고 오류도 종종 발견된다.
이 필사본은 필사자나 소유자를 알 수 없고, 보관 과정에서 제목과 앞부분이 찢겨 나갔다. 18.5×385㎝의 두루마리 한자에다 1행에 4음보 2구를 종서(縱書)하여 모두 280행으로 기록하고 콩기름을 먹였다. 중간에 빠진 부분도 있고, 원전과는 다르게 표기된 부분도 있다. 원전에는 없는 결사(結辭)를 첨가하는 것으로 보아 가사(歌辭) 문학에 조예가 있는 사람이 필사한 것으로 보인다.
어휘 풀이
128)소상강(瀟湘江) : 중국 후난 성(湖南省) 둥팅호(洞庭湖) 남쪽에 있는 소수(瀟水)와 상강(湘江).
129)유자 생녀(有子生女) : 아들 낳고 딸을 낳음.
130)교자(驕恣) : 교만하고 방자함.
131)금범(錦帆) : 비단으로 만든 돛.
132)자좌오향(子坐午向) : 묏자리나 집터 따위의 좋은 자리. 정북(正北) 방향을 등지고 정남향으로 앉은 자리.
133)<> : 원문에 빠진 부분. 김기동 · 전규태 편, 「한국고전문학 100」 20권, (서문당, 1984.)에서 보충함
134)석전(石田) : 돌이 많은 밭.
135)<> : 원문에 빠진 부분. 김기동 · 전규태 편, 「한국고전문학 100」 20권, (서문당, 1984.)에서 보충함.
136)언한 : ‘곤한’의 잘못인 듯.
137)호접(胡蝶) : 호랑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