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화 세상 벗님네야 세상 천지 만물 중에
사람 밖에 또 있는가 여보시오 시주님네1
이 내 말씀 들어 보소 이 세상에 나온 사람
내 덕으로 나왔는가 석가여래 공덕으로
아버님 전 뼈를 빌어 어머님 전 살을 빌어
칠성님 전2 명을 빌고 재정임 전3 복을 빌어
이 내 일생 탄생하니 한두 살에 철을 몰라
부모 은공 알손가 이삼십을 당해서도
부모 은공 못 다 갚아 이삼십을4 당해서도
부모 은공 ∝ 다 갚아서5 이 업고에 들었구나
여류하여6 인생 백발 돌아 오니
없던 망령 절로 난다 망령이라 흉을 보고
구석구석 웃는 모양 애달프고 슬픈지고
절통하고 통분하다 할 수 없다 할 수 없다
홍안백발 늙어가니 인간에 공로를
누가 능히 막을 것인가 춘초는 연년녹이나
왕손은 여류하여7 우리 인생 늙어지면
<착현가>는 한지로 된 두루마리에다 근간에 필사한 노래다. 이 작품은 <착현가>라는 작품의 이름이 서두에 있을 뿐 일체 다른 기록이 없다. 그러므로 이 가사의 작가는 물론이고 필사자나 연대도 전혀 알 수 없다. 두루마리의 지질이나 표기법으로 미루어 보아서 오래된 작품은 아니다. 다만 노랫말이 난삽하고 방언 사용이 지나친 것으로 미루어 충분한 학업을 받은 사람의 작품은 아니다. 이 가사의 내용은 사람은 누구나 부모님의 피와 살을 받아 태어났다가 짧은 인생을 마치고 죽는 것이 운명이라는 것을 서두에서 기술하고 있다. 본사에서는 사람이 죽어서 저승에 가면 누구나 염라시왕들의 무서운 심판을 받는다는 것이다. 곧 이 세상에서 선행과 덕업을 쌓지 못한 자는 남녀를 불문하고 무서운 감옥에 떨어지고 선행과 공덕을 쌓은 사람은 원하는 대로 극락에 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이 세상에 살 때 선행과 덕업을 많이 쌓고 후생에 극락왕생하라는 내용의 노래이다. 이 가사는"어하새상범임내야새상천지만"으로 시작되는 가사이다.
어휘 풀이
1)시주님네 : 중이나 절에 물건을 베풀어 주는 일이 시주(施主)이고, 시주한 사람이 시주님. 곧 불교에서 중이 신도를 일컫는 일반적인 호칭
2)칠성님 전 : 칠원성군(七元星君)의 존칭. 칠원성군은 북두(北斗)의 일곱 성군으로 탐랑성군(貪狼星君), 거문성군(巨文星君), 녹존성군(祿存星君), 문곡성군(文曲星君), 염정성군(廉貞星君), 무곡성군(武曲星君), 파군성군(破軍星君)의 일곱 신. 또한 칠성각이나 칠성전의 주인
3)재정임 전 : 복을 내려주는 신
4)이삼십을 : 앞 귀와 중복된 것으로 보아서 ‘이삼 십을’이 아니고 ‘사오 십을’인 듯싶다.
5)∝ 다 갚아서 : 원문에는 ‘다갑하서’로 되어 있는데 앞뒤 문맥의 의미로 보아서 ‘못’이 필사 과정에서 빠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못’ 대신 ‘∝’을 넣었다.
6)여류하여 : 여류(如流)는 유수(流水)와 같은 말로 흔히 세월이 빠름을 형용한 뜻
7)여류하여 : “추초(春草)는 연년녹(年年綠)이나 왕손(王孫)은 귀불귀(歸不歸)”라는 시구다. “봄날의 풀은 해마다 푸른데 한 번 간 왕손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의미로 무한한 자연과 유한한 인간을 대비시켜 사람의 삶이 무상함을 읊은 시구이다. 두보(杜甫)의 유명한 작품 춘망(春望)의 서두인 “국파산하재 성춘초목심(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나라는 패망했어도 산하는 그대로인데, 성터에는 봄이 되어 초목만 무성하구나)”을 생각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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