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부모님께서 병이 드시면 용색(容色)36을 펴지 않음이
이것이 효자(孝子)의 소략(疏畧)한 예절(禮節)이 되니라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에 차마 아버지의 책을 읽지 못함은
수택(手澤)37이 남아있기 때문이며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에 차마
배권(杯圈)38을 사용하여 마시지 아니함은 구택지기(口澤之氣)39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부모(父母)님을 현저(顯著)40하게 하는 지극한 효(孝)는 경명(敬命)41이라


광애가(廣愛歌)

<광애가(廣愛歌)>는 『강륜보감권지일(綱倫寶鑑卷之一)』에 수록된 가사 작품이다. 『강륜보감권지일(綱倫寶鑑卷之一)』은 책명에서도 나타나듯이 사람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윤리, 도덕에 대해 노래한 작품들을 모아 놓은 가사집이다. 이 책에는 <광애가(廣愛歌)>를 비롯하여, <경명가>, <거상제향가>, <경장가>, <근부가>, <사친가> 등 총 28편의 교훈가사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의 전반부에서는 부모님의 뜻을 받들어 그분들이 사랑하는 바를 자식 역시 사랑하고, 그분들이 공경하는 바를 자식 또한 공경하는 것이 바로 효도라고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뒤에도 그 뜻을 받들어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이 변치 않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작품의 후반부에서는 맏며느리(冢婦)와 작은며느리(介婦)가 명심해야만 하는 올바른 행동거지와, 종가(宗家)를 방문할 때 지켜야할 예법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이 작품의 내용은 『소학(小學)』의 「명륜제이(明倫第二」편 중 ‘명부자지친(明父子之親)’, 즉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부분과 대부분 일치한다. 이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익숙한 『소학(小學)』의 경구를 가사체로 풀어내어서 <광애가(廣愛歌)>를 창작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