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世上)을 오심이 월이십일이요 애시 모르시는
두어줄글 (해석 불가) 지전(紙錢)1으로 통곡(痛哭)후
연연(戀戀)하여 왈(曰) 오호통재(嗚呼痛哉)2에 오호애재(嗚呼哀哉)3라
박명(薄命)4한 나의 원정(原情)5 누구를 향해 설화할꼬
기유년(己酉年) 칠팔월(七八月)에 어이 자꾸 별시(別時)6하니
청천(靑天)7이 무너지고 백일(百日) 동안 빛이 없다
이다지도 모진 목숨 어찌 그리 못 죽던고
살 마음 없지만 부모님이 계시었고
죽을 때가 맞지만 어린 자식은 어이 할꼬
이 자식을 길러 내어 대영화(大榮華)를 보려하고
잔명(殘命)8을 보전(保全)하고 제일신(第一神)에 의탁(依託)하더니
당음이 유수(流水)같고 세월(歲月)이 약(藥)이 되어
무무(瞀瞀)9한 이 자식을 혈혈(孑孑)이 길러내어
연광(年光)10이 십오세(十五歲)라 고문명족(高門名族)11 가려내어
어진 배필(配匹) 구하더니 요조(窈窕)한 너의 일신(一身)이
천정배필(天定配匹)12 적실(的實)13하다 초행(醮行)14 치송(治送)15 하는 날에
일희일비(一喜一悲)16 하였으되 이 때 포차 (해석 불가)
길근 마음 새로 난다
세상에 없는 임을 나 혼자 만난 듯이
남녀하임 자랑하고 이제야 내 자식을
<곽씨세덕가문이라>는 두루마리에 필사된 한글가사로 작자와 창작연대는 알 수 없다. 며느리의 죽음을 슬퍼하는 시어머니의 노래로 규방가사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화자는 어린 자식을 길러내어 명문가의 딸과 혼인을 시켰으나 혼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며느리가 병을 얻어 죽게 되었다. 혼인하자마자 아내를 잃은 화자의 자식을 안타까워하는 마음과 딸을 저승으로 보내야하는 사돈댁의 심정, 그리고 어여쁜 며느리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이별해야 하는 시어머니의 정회(情懷)를 잘 담아낸 작품이다.
어휘 풀이
1)지전(紙錢) : 돈 모양으로 오린 종이. 죽은 사람이 저승 가는 길에 노자(路資)로 쓰라는 뜻으로 관 속에 넣음.
2)오호통재(嗚呼痛哉) : ‘아, 비통하다.’라는 뜻.
3)오호애재(嗚呼哀哉) : ‘아, 슬프도다.’ 슬플 때나 탄식할 때 씀.
4)박명(薄命) : ①복이 없고 팔자가 사나움. ②수명이 짧음.
5)원정(原情) : 사정을 하소연함.
6)별시(別時) : 이별할 때.
7)청천(靑天) : 푸른 하늘.
8)잔명(殘命) : 얼마 남지 않은 쇠잔한 목숨.
9)무무(瞀瞀)한 : 교양이 없어 말과 행동이 서투르고 무식한.
10)연광(孑孑) : 젊은 나이.
11)고문명족(高門名族) : 부귀하고 지체 높은 명망 있는 집안.
12)천정배필(天定配匹) : 하늘이 정한 부부.
13)적실(的實)하다 : 틀림이 없이 확실하다.
14)초행(醮行) : 신랑이 초례를 지내기 위하여 처가로 감.
15)치송(治送) : 짐을 챙겨서 길을 떠나보냄.
16)일희일비(一喜一悲) : 한편으로는 기뻐하고 한편으로는 슬퍼함.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공공누리 제4유형 마크: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