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뿌다1) 여아(女兒)야 너를 낳아 길러내어
십팔세 되시니 남의 가문(家門) 보내자니
양숙 골몰(汨沒)2) 간 데없고 인정협의 그지없다
부녀(婦女)사정 그러한들 고법(古法)3)을 면할쏘냐
만복(萬福)에 으뜸이요 오륜(五倫)4)에 유법(遺法)5)이라
남자라도 출문(出門)6)하며 영경대번 조심커늘
하물며 규중(閨中)7) 여자 타문(他門)8)에 보내자니
송문할 때 경계법(警戒法)은 고인(故人)도 있건마는
자모(慈母)9)없이 크는 자식 무슨 교훈(敎訓) 있으오리
경계(警戒)10) 일장(一章) 대강하니 지상가사 수 없으나
너를 위해 지었으니 중히 알고 잊지마라
시부모께 효성(孝誠)하고 동기간(同氣間)에 우애(友愛)하고
친척(親戚)간에 화목(和睦)하고 슬하(膝下)11)에 니∝하며
남사람 수작(酬酌)12)할 때 은연은연13) 수작(酬酌) 잊지 말고
봉제사(奉祭祀)14) 접빈객(接賓客)15)은 예절(禮節)을 쫒아하고
<경영가라>는 두루마리 형태의 필사본 가사작품으로 작자와 제작시기는 물론 필사자와 필사시기모두 미상이다. 줄글체로 필사되어 있으며, 4․4조의 기본율격을 잘 지키고 있다. 현재 한국가사문학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작품 제목이 <경영가라>라 하여 뜻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작품의 내용으로 봤을 때 아버지가 시집가기 전의 딸에게 시집가서 할 도리를 경계하여 지어주는 가사기 때문에 <경녀가(警女歌)라> 또는 <계녀가(誡女歌)>로 표기해야 할 것을 <경영가라>라 쓴 것이 아니겠는가 추측한다.
앞서 기술한대로 작품은 평소 시집가기 전의 딸을 교훈하기 위하여 아버지가 지어준 것이다. 어머니가 일찍 죽었기 때문에 아버지가 어머니를 대신하여 딸의 교육을 행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는데, 제일 먼저 인간의 온갖 행신범절과 여공(女工)을 힘써 배울 것과 부녀들이 경계하여야 할 일반적 악습 등을 조목조목 일렀다.
시가에 가서 시부모 공양하는 법, 침선(針線)과 방적(紡績)의 도리를 설파하였고, 음식범절, 의복지절을 말하고 행동거지를 잘하는 법, 집안 단속하는 법 등을 자세히 말하여 가르쳤다. 이 작품의 특징은 비교적 조리가 정연하게 서술되었고 내용도 다양하고 폭넓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호남지방에서 유사한 내용의 <경녀가(警女歌)>라는 작품이 수집된 바 있고 영남일대에서는 <교녀가> 라는 이름으로 다수 수집되었다.
어휘 풀이
1)허뿌다 : ‘허(虛―)하다’의 경상남도 방언. 허전하다는 뜻.
2)골몰(汨沒) : 다른 생각을 할 여유도 없이 한 가지 일에만 파묻힘.
3)고법(古法) : 옛날부터 전해 오는 법이나 법칙.
4)오륜(五倫) : 유학에서, 사람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도리.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을 이름.
5)유법(遺法) : 옛사람이 남긴 법.
6)출문(出門) : 문밖으로 나감. 집을 떠남.
7)규중(閨中) : 부녀자가 거처하는 곳.
8)타문(他門) : 자신이 속하지 않은 문중(門中)이나 집안.
9)자모(慈母) : 자식에 대한 사랑이 깊다는 뜻으로 ‘어머니’를 이르는 말.
10)경계(警戒) : 옳지 않은 일이나 잘못된 일들을 하지 않도록 타일러서 주의하게 함.
11)슬하(膝下) : 무릎의 아래라는 뜻으로, 어버이나 조부모의 보살핌 아래. 주로 부모의 보호를 받는 테두리 안을 이름.
12)수작(酬酌) : 서로 말을 주고받음. 또는 그 말.
13)은연은연 : 은은하게. 소리가 아득하여 들릴 듯 말 듯 함.
14)봉제사(奉祭祀) : 봉사(奉祀). 조상의 제사를 받들어 모심.
15)접빈객(接賓客) : 접객(接客). 손님을 접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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