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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開闢 定法하니 萬法歸一 다시되야
是化是豊 도라온다 矢口矢口 鳥乙矢口
勤耕하든 뎌農夫를 擊壤歌를 불으면서
含哺鼓腹 질거한이 太古淳風 조흔라
안이놀고 무엇하리 놀고놀고 놀라보셰
警世歌
人間萬事 뎍근숀이 漢陽城中 도라들러
時局形便 살혀본이 可笑可歎 안일너가
東西洋 뎌列國이 協相文明開化 한다던니
開明은 姑舍하고 兵器進步 웬然故며
抑强扶弱 相求之道 以德報人 한다더니
義理난 姑舍하고 氣勢主張 그일셰
禮樂法律 列學中에 人之村質 가려여
文明政治 하하나 揣其末 이世上의
物慾之腸 가륜마음 冒沒廉恥 그일셰
世情變態 뎌러하니 陷地死地 뎌百姓을
다시開闢 定法하니 萬法歸一 다시되야
是化是豊 도라온다 矢口矢口 鳥乙矢口
勤耕하든 뎌農夫를 擊壤歌를 불으면서
含哺鼓腹 질거한이 太古淳風 조흔라
안이놀고 무엇하리 놀고놀고 놀라보셰
警世歌
人間萬事 뎍근숀이 漢陽城中 도라들러
時局形便 살혀본이 可笑可歎 안일너가
東西洋 뎌列國이 協相文明開化 한다던니
開明은 姑舍하고 兵器進步 웬然故며
抑强扶弱 相求之道 以德報人 한다더니
義理난 姑舍하고 氣勢主張 그일셰
禮樂法律 列學中에 人之村質 가려여
文明政治 하하나 揣其末 이世上의
物慾之腸 가륜마음 冒沒廉恥 그일셰
世情變態 뎌러하니 陷地死地 뎌百姓을
현 대 문초 록
다시개벽(開闢) 정법(定法)69하니 만법귀일(萬法歸一) 다시되어
시화시풍(是化是豊)70 돌아온다 시구시구(矢口矢口) 조을시구(鳥乙矢口)
근경(勤耕)하던 저농부(農夫)들 격양가(擊壤歌)71를 부르면서
함포고복(含哺鼓腹)72 즐겨하니 태고순풍(太古淳風)73 좋은때라
아니놀고 무엇하리 놀고놀고 놀아보세
경세가(警世歌)
인간만사(人間萬事)1 겪은손이2 한양성중(漢陽城中) 돌아들어
시국형편(時局形便)3 살펴보니 가소가탄(可笑可歎)4 아닐런가
동서양(東西洋) 저열국(列國)5이 협상문명개화(協商文明開化)6 한다더니
개명(開明)7은 고사(姑捨)8하고 병기진보(兵器進步)9 웬연고(然故)10며
억강부약(抑强扶弱)11 상구지도(相求之道)12 이덕보인(以德報人)13 한다더니
의리(義理)14는 고사(姑捨)하고 기세주장(氣勢主張) 그뿐일세
예악법률(禮樂法律)15 열학중(列學中)16에 인지재질(人之村質)17 가려내어
문명정치(文明政治) 하자하나 췌기말(揣其末)18 이세상의
물욕지장(物慾之腸)19 기른마음 모멸염치(冒沒廉恥)20 그뿐일세
세정변태(世情變態)21 저러하니 함지사지(陷地死地)22 저백성(百姓)을
작자는 김주희로 알려져 있으며, 창작시기가 정확치 않는 동학가사작품이다. 이 작품은 『용담유사(龍潭遺辭)』 권18에 실려 있으며, 『용담유사』는 경상북도 상주(尙州)에서 1924년에 동학교당을 설립했던 김주희(金周熙, 1866-1944)가 국한문 혼용본과 순한글본으로 하여 2종으로 간행한 것이다.
이 책에는 동학의 창시자인 최제우(崔濟愚, 1824-1864)의 『용담유사(龍潭遺辭)』에 실린 작품 중 <검결(劍訣)>을 제외하고 <용담가(龍潭歌)>, <안심가(安心歌)>, <교훈가(敎訓歌)>, <몽중노소문답가(夢中老少問答歌)>, <도수사(道修詞)>, <권학가(勸學歌)>, <도덕가(道德歌)>, <흥비가(興比歌)> 등 8편을 포함하여 모두 108편의 가사 작품이 실려 있다.
여기서 작자 김주희는 동학교를 창시한 인물로 동학의 3대 교주였던 손병희(孫秉熙, 1861-1922)가 천도교를 창시하여 순수교단을 표방하고 이념에서 벗어나자 이와 반하여 당시 충북 보은에 피신해 있던 김주희가 1915년에 동학의 정신을 계승하여 새로운 민족종교를 창시한 것이다. 처음에는 경천교(敬天敎)라 하였으나 후일 동학교(東學敎)로 개칭하였다.
<경세가>는 국한문 혼용으로 된 필사본이다. 작품이 들어있는 책 맨앞에는 ‘龍潭遺辭之第十八相和代明歌卷一’이라 표기되어 있다. 이 작품은 <相和代明歌>라 쓰여 있으나, 실제로는 <팔괘변역가(八卦變易歌)>, <근농가(勤農家)>, <경세가(警世歌)>, <원시가(原時歌)>, <몽중가(夢中歌)> 등 5편의 작품을 합쳐서 부른 이름이다.
모두 112구로 구성되어 있으며, 4음보 가락을 잘 유지하고 있다. 구한말 지배계층에 대한 불신과 함께 문명개화가 잘못 이루어지고 있는 실태를 비판하고 있으며, 문명법도를 바로 세우는 것이 시급한 문제임을 자각하고 있다. 또한 충효와 삼강오륜을 익혀 도덕적으로 무장하면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감화를 받아 천하를 개벽해보자고 주장하고 있다.
어휘 풀이
1)인간만사(人間萬事) : 인간 세상의 온갖 모든 일.
2)겪은손이 : 겪은 손님이.
3)시국형편(時局形便) : 현재 당면한 국내 및 국제 정세나 대세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상황.
4)가소가탄(可笑可歎) : 터무니없이 우습거나 탄식함.
5)열국(列國) : 여러 나라.
6)협상문명개화(協商文明開化) : 문명을 개화시키는데 여럿이 서로 의논함.
7)개명(開明) : 지혜가 계발되고 문화가 발달함.
8)고사(姑捨) : 더 말할 나위도 없이. 원본에는 고사(姑舍)로 표기되었으나 오기임.
9)병기진보(兵器進步) : 전쟁에 쓰는 기구만 더 늘어남.
10)연고(然故) : 연고(緣故)의 잘못된 표기. 까닭.
11)억강부약(抑强扶弱) : 강한 자를 억누르고 약한 자를 도와줌.
12)상구지도(相求之道) : 서로 어려움에서 구해주는 도리.
13)이덕보인(以德報人) : 덕으로써 사람에게 보답한다는 뜻.
14)의리(義理) :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15)예악법률(禮樂法律) : 예법과 음악 그리고 법률.
16)열학(列學) : 여러 학문.
17)인지재질(人之材質) : 사람됨의 자질.
18)췌기말(揣其末) : 그 끝을 헤아려봄.
19)물욕지장(物慾之腸) : 재물을 탐내는 마음.
20)모몰염치(冒沒廉恥) : 염치없는 줄 알면서도 이를 무릅쓰고 함.
21)세정변태(世情變態) : 세상의 사정이나 형편이 달라짐.
22)함지사지(陷地死地) : 함정에 빠뜨려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땅.
69)정법(定法) : 정해진 법칙.
70)시화시풍(是化是豊) : 시화연풍(時和年豊)을 잘못 쓴 것으로 보이며, 나라가 태평하고 풍년이 든 상황를 말함. 시화세풍(時和歲豊)이라고도 함.
71)격양가(擊壤歌) : 풍년이 들어 농부가 태평한 세월을 즐기는 노래. 중국의 요임금 때에, 태평한 생활을 즐거워하여 불렀다고 함.
72)함포고복(含哺鼓腹) : 잔뜩 먹고 배를 두드린다는 뜻으로, 먹을 것이 풍족하여 즐겁게 지냄을 이르는 말.
73)태고순풍(太古淳風) : 태고시절의 순박한 풍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