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츈복츈쥬 등산님수 구앵슈 경망귀요
풍호무우 욕호기난 증셥의 영이귀라
마차 삼츈이라
고로 명현달 졀셔로 질기시니
츄애연 도리원은 니쳥연의 노림이요
츄월명 적벽강은 소쳠 질김이라
불츌규문 여이라 츈호졀 모라리요
쳐쳐곳곳 유벽승디
소요 드러가셔 역역히 구경하니
창여구호 장한가 궁장하고 소실하다
셕일의 우리션비 막연의 기쳔
열친척 화슈노림 이마료 함기실겨
흥진비 합답함을 람마다 일가러니
츈복츈쥬 등산님수 구앵슈 경망귀요
풍호무우 욕호기난 증셥의 영이귀라
마차 삼츈이라
고로 명현달 졀셔로 질기시니
츄애연 도리원은 니쳥연의 노림이요
츄월명 적벽강은 소쳠 질김이라
불츌규문 여이라 츈호졀 모라리요
쳐쳐곳곳 유벽승디
소요 드러가셔 역역히 구경하니
창여구호 장한가 궁장하고 소실하다
셕일의 우리션비 막연의 기쳔
열친척 화슈노림 이마료 함기실겨
흥진비 합답함을 람마다 일가러니
현 대 문초 록
춘복춘수(春服春愁)48 등산님수 구양수(歐陽脩)49의 경망귀요
풍회무우(風懷無憂)50 하려함은 증점(曾點)51의 영의귀라
때마침 삼춘(三春)이라
자고로 명현달(名顯達)은 사절서(四節序)를 즐기시니
춘야연(春夜宴) 도리원(桃李園)52은 이청연(李靑蓮)53의 놀음이요
추월명(秋月明) 적벽강(赤壁江)은 소자첨(蘇子瞻)54의 즐김이라
불출규문(不出閨門)55 여자이나 삼춘호절(三春好節) 모르리요
곳곳마다 유벽승지(有碧勝地)56
소요대57 들어가서 역역(歷歷)58히 구경하니
창여구호 장한가사 웅장(雄壯)하고 소실하다
옛날의 우리선비 말년(末年)의 기천행차
모든친척 화수(和酬)59놀음 이마로 함께즐겨
흥진비래 화답함은 사람마다 일렀으니
이 작품은 대구·경북지역의 중년 여성이 지은 장편의 규방가사이다. 원 제목이 <리행소챙가>라고 되어 있으나, 작품 전체의 주제적 측면에서 재구해 보면 ‘이행(異行)’ 혹은 ‘이향소창가(異鄕消暢歌)’로 풀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즉 중년의 여성 작자가 한 곳에 머무른 상태가 아니라 대구를 중심으로 경산(慶山), 청도(靑道), 칠곡(七谷), 왜관(倭館) 등지에 있는 명소와 친지의 집을 순회하는 가운데서의 감흥과 함께 “여필종부” 또는 “불출규문”의 관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중세시대 여성으로서의 답답한 속마음을 털어놓은 작품이라고 하겠다.
불출규문의 관습 때문에 이미 출가한 자매 또는 친가의 가족 및 친구들과의 만남이 쉽지 않았던 시대에 한 집안의 며느리이자 딸을 출가시킨 어머니로서의 아쉬움과 한탄, 그리고 자기 자녀들에 대한 기대 등이 작품의 기조를 이루고 있다. 작품에는 ‘시아버님’, ‘사돈’, ‘질부’에 이어 ‘댁호’ 등의 호칭이 자주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기행성격이 가미된 규방가사의 전형을 이루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작가 스스로 이르기를 “우리들도 남자로 태어났다면 사서삼경 외우고 문밖에 종사하며 각국풍도 열람하고 별승지에는 현판을 남겨두고 싶다.”고 했다. 작가는 이렇듯 여성으로서의 답답하고 원통한 마음을 해소하고자 인근 지역의 누정이나 명소로 여행을 나섰는데, 소요대, 세심정, 육모대, 망화정, 용두소, 청신암 등이 그곳이다.
작품의 제작연대는 대략 1920년을 전후한 어느 해 봄날에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작품의 중간에 병신(丙申), 을묘(乙卯), 병진(丙辰), 경신(庚申), 임술(壬戌) 등의 간지(干支)를 근거로 한 것이다. 또한 작품에서 “을묘년 춘초구일 숙질남매 동행으로……한양성 도읍하여 오백년 예악문물 일조에 허사되고 외구천지 되었다는 말인가”의 내용은 경술국치(庚戌國恥, 1910년)에 대한 한탄으로 보이며, 작품 속의 을묘(乙卯), 경신(庚申), 임술(壬戌)은 각각 1915년, 1920년, 1922년이 된다. 그리고 병신년은 1896년으로 보이는데, 역시 작품에서 “병신년에 이르러 이십년 그 동안에 지금까지 몇 해인가 감구지회 새로워라”라고 하여 여기의 병신년을 1896년으로 보고 그로부터 20년은 1916년이 된다.
또한 이 작품의 작자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한문과 중국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풍부한 소양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소식의 <적벽부>와 이백의 <춘야연도리원서>를 직접 언급하고 있는가 하면, 두보와 구양수 등의 행적이 소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록 한글가사라 할지라도 작품에 사용된 어휘도 대체로 한자어가 지배하고 있다.
어휘 풀이
48)춘복춘수(春服春愁) : 봄날의 시름.
49)구양수(歐陽脩) : 중국 북송 때의 시인 학자, 호는 취옹(醉翁).
50)풍회무우(風懷無憂) : 풍치있는 정회 때문에 근심이 사라짐.
51)증점(曾點) : 공자의 제자, 증참의 아버지.
52)<춘야연 도리원 서(春夜宴 桃李園 序)> : 이백의 시 제목.
53)이청연(李靑蓮) : 성당 때의 시인 이백, 자는 태백, 호는 청련거사(靑蓮居士).
54)<赤壁賦> : 소동파(소자첨)가 임술년 가을 7월 기망일(16일)에 손님과 적벽 아래 배를 띄우고 놀았다는 내용의 문장.
55)불출규문(不出閨門) : 문을 굳게 닫고 나아가지 않음.
56)유벽승리(有碧勝地) : 푸르름 가득한 아름다운 경치.
57)소요대 : 누정의 이름인 듯.
58)역력(歷歷) : 또렷하고 분명하게.
59)화수(和酬) : 남이 보내온 시나 노래에 화답하여 다시 보냄.